고향 통영의 잔잔한 바다, 푸른 물색,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다.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인, 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서 나의 평생 작품을 써 왔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초목을 스쳐 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다.”“나의 음악은 조국의 예술적·철학적·미학적 전통에서 태어났고, 고향은 나의 창작에 다시없이 귀중한, 정서적인 원천이 되었으며 조국의 불행한 운명과 질서의 파괴, 국가권력의 횡포에 자극을 받아 음악이 가져야 할 격조와 순도 한계 내에서 가능한 최대의 표현 언어를 구사하려고 했다.” ‘현존하는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렸던 작곡가 윤이상(1917∼1995).동양의 정신을 독특한 선율로 표현하여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그의 음악세계는 동양과 서양의 전통을 공존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 화합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함이었다. 그는 1917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하여 한국과 일본에서 첼로, 음악이론, 작곡법 등의 음악교육을 받고, 1948년부터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교사를 역임했다. 1950년 부인 이수자 여사와 결혼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하고(1956∼1957년) 이어 서베를린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계속 공부했다. 1959년 독일에서 열린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한국의 국악 색채를 담은 ‘7개의 악기를 위한 음악’을 발표, 유럽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독일에 정착한 그는 1972년 뮌헨올림픽 대회의 개막축하 작품으로 오페라 ‘심청’을 작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고 1985년 서독 뒤뷩겐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1987년 독일의 바이체커 대통령으로부터 ‘대공로 훈장’을 수여 받았다.우리 전통 국악의 음악세계와 서양 음의 세계를 전제로 한 그의 음악은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전통의 상호동화과정이었으며, 현대 서양의 연주기법을 통한 아시아인의 정서를 표현함으로써 창조적인 새로운 예술을 형성했다. 또한 민족에 대한 사랑과 화합, 화해의 세계를 추구한 그의 음악세계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 ‘심청’과 관현악곡 ‘신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 ‘화염에 휩싸인 천사’를 비롯하여 그밖에 많은 실내악곡, 합창곡, 교향곡, 독주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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