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하면 떠오른 게 바다다. 예사로운 바다가 아니다. 철마다 옷을 바꿔 입고 춤추면서, 밤낮으로 크고 작은 섬들을 껴안고, 많은 고기와 각종 해산물 들을 키우는 보금자리다.

7월의 따가운 햇살에 달구어진 그 바다를 태풍이 어김없이 찾아와서 훼방을 놓고 사라졌다.

신임 시장은 취임식도 취소하고 현장을 누비며 피해를 본 시민들을 어루만졌다. 화려한 화환들이 늘어져 놓이고, 많은 카메라의 세례를 받는 강당보다 얼마나 값지고 뜻있는 자리인가. 그런 초심이 임기 말까지 지속되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면서 새로이 내건 주요 시책을 가지고 통영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내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첫째, 남부대륙철도 연계한 신교통구축이다.

정부에서 할 이것보다 더 시급한 게 시내 중심가의 상습적인 교통정체 해결이다. 철도가 없다고 해서 현재 통영에서 외지로 오가는 데에 불편은 거의 없다. 하지만 통영 시민 거의는 주말이나 휴가철만 되면 밀려든 외지 차량들로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 교통체증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자 않을 것이다. 수많은 차량의 매연과 소음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인지부터 찾아야한다.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곳들을 돌게 하는 트램(tram)이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둘째, 안정공단-성동조선 활성화 문제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이어서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 맞지 않는다. 싱가포르나 중국의 조선소처럼 임금이 매우 싼 동남아 근로자들을 대거 고용하면 모를까. 이 나라들은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나 대형 선박 수주에서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들과 입찰에 붙으면 싼 임금 때문에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에 그런 일이 일어났고, 삼성 대우 현대 같은 조선소들은 일감이 없어 직원을 줄이고 무급 휴가를 주고 있는 마당에 중형 조선소가 과연 살아날까 의구심이 든다. 통영에는 중국이나 싱가포르가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산업이 있다. 바로 나전칠기다.

30년 전만 해도 나전칠기는 통영의 기간산업이었다. 나날이 달라지는 주거공간에 따라오지 못하여 하루아침에 몰락한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통영에 나전칠기 국립박물관을 유치하고, 나전칠기공사(公社)를 설립해서 디자인 학부가 있는 대학, 유능한 나전칠기 장인들, 그리고 시(市)가 참가한 민학관(民學官) 클러스터를 만들어 현 주거공간에 맞는 세간들을 만들면 종사자만 해도 만 명이 넘는 르네상스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 통영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기념품을 다양하게 만들어 팔고, 시에서 외부 인사들에게 주는 기념품도 나전칠기제품으로 하고, 없어진 나전칠기 축제도 부활시켜야 한다. 수백 년 간 축적된 기술이 전수되고, 그것을 이어받은 장인들이 통영에 많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 끼를 마음껏 발산하게 하라.

셋째,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모범도시 조성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현 정부의 주요 국책이다. 탈원전을 외치며 밀어붙이는 속도전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시의 새로운 시책대로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태양광을 보자. 취임식도 못하게 막은 태풍이 잦은 통영 바다에 그것이 설치되면 과연 열대성 저기압을 견뎌낼까.

부서져서 바다에 빠지면 바다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육지에 설치된 태양광 주변에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고 하는데, 바다에 사는 고기와 각종 해산물들은 괜찮을까? 양식장에서 빠져나온 부기들과 버려지는 각종 어구들을 제대로 수거하지 못해 해안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고도 통영이 과연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나? 여기에 보태서 태양광을 설치하면 좋은 풍광을 망치고, 바다를 오염시킬 게 틀림없다. 풍력발전소도 바다나 바다 근처에 세우면 대형 날개가 돌면서 나는 소음 때문에 사람은 물론 물고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아직 정립도 안 된 재생 에너지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도자의 덕목들 중에서 하나로 민(敏)을 꼽았다. 즉 민첩하면 업적이 쌓인다고 했는데, 재생에너지를 통영의 기간산업으로 하겠다는 민첩함은 좋으나 전문가들과 두루 상의하고 시민들에게도 잘 설명해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그런 민첩함을 작금에 지구의 큰 골칫거리인 플라스틱과 비닐과의 전쟁을 벌이면 청정 도시가 더 빛이 나고 모범도시가 되지 않을까.

더 이상 환경을 파괴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 도시는 개인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며, 우리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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