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3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여유가 있어 다녀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15개월동안 1인당 3만원씩 꼬박꼬박 모았고 꼼꼼하게 준비를 하고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3일째부터 우리는 여행가방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큰 캐리어에 저와 남편의 옷, 세면도구, 신발, 상비약을 챙겼고, 큰 딸은 막내와 자신의 짐을, 둘째딸도 자신의 짐을 여행가방에 차곡차곡 담으며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막내는 누나 몰래 자신이 아끼는 장남감을 숨겨 담으며 까르르륵 연신 웃어댔습니다.

여행 첫째날, 새벽 3시반경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 놓은 가방을 차에 싣고 4시 20분경 김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6시경 김해국제공항에 도착 여행사 직원에게 여행스케줄표와 티켓예약표를 받아 티켓팅을 했습니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공항안은 여행객들로 복작였습니다. 남편과 나의 큰 여행가방, 아이들의 여행가방 2개를 수화물로 보내고, 우리는 비행기표를 받아 여권사이에 끼우며 웃었습니다. 아, 이제 정말 여행을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시각인데다 급하게 챙겨나오느라 아침을 걸렀던 우리는 그제서야 챙겨온 빵을 하나씩 먹었습니다.
중3인 딸은 비행기 티켓과 여권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인증샷을 남기네요.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며 100ml이상의 액체는 반입이 안된다고 하여 작은 생수병2개와 가방속 새 물티슈를 주차해 놓은 차에 갖다놓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출발! 우리가 탄 비행기는 베트남 항공사인 비엔제트항공이었는데, 생각보다 비행기가 크지 않았고, 좌석도 좁은 편이었습니다. 승무원들은 친절했지만, 우리나라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고 영어와 베트남어를 사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은 유료였지만, 기내식을 꼭 먹어 보고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에 음료와 식사를 시켜먹었습니다.

호기심 가득 비행기의 동그란 창밖으로 눈을 떼지 못하는 막내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베트남까지의 비행시각은 정확히 4시간, 우리나라와 시차는 2시간 빠릅니다. 8시에 뜬 비행기는 우리나라 시각으로 12시, 베트남 시각으로 10시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베트남에 발을 딛은 곳은 하노이인데 베트남의 수도이자 하노이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김해 공항보다 자그마했지만, 사람들은 더 많았고 복잡했습니다. 우리는 여행 일행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먹은 베트남 음식은 분짜라는 음식이었는데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생채소를 쌀국수에 적셔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쌀국수의 국물은 담백했고,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맛있었습니다. 특히 쌀국수 위에 얹어먹은 고수의 향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음식을 개운하게 잡아주어 좋았습니다. 저 외의 일행들은 고수의 향이 독특하여 싫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호안끼엠 호수 근처를 차를 타고 이동하며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호안끼엠 호수보다 더 크게 제 눈을 채운 것은 바로 오토바이였습니다. 이동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베트남의 거리는 그야말로 오토바이 천국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은 것보다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데 오토바이들이 서지 않고 방향만 약간 틀어서 그냥 가던 길을 그대로 지나가는 모습이 더 신기했습니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자동차 1대 값은 우리나라돈으로 거의 1억 가까이 하는 반면 오토바이는 10만원에서 30만원이며 기름값이 싸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신호를 너무나도 무시(?)하며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오토바이, 오토바이, 또 오토바이, 그 도시에서 운전하기란 정말 아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촘촘하게 늘어선 가게의 간판에는 어렵찮게 우리나라 간판들이 보였고, 우리나라 글씨 또한 어렵지 않게 볼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 우리나라 기업이 정말 많이 들어와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막내와 둘째딸은 "엄마, 여기 베스킨라빈스도 있어요. OO화장품도 있어요"라고 연신 떠들며 신기해했지만, 여행 4일동안 하도 많이 보아서 나중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안보이면 더 이상하다 할 정도였습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하노이 전통시장을 스트릿카를 타고 구경했는데 그 도시의 매연은 정말 우리나라 대도시의 매연 못지않게 심각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싶었지만, 가만보니 그건 자동차보다 훨씬 더 많은 오토바이 매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베트남 여행시 마스크는 필수! 이유는 오토바이 매연 때문에요.

하노이 전통시장은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서있었고 옷, 음식, 잡화등등 여러 가게가 있었지만, 그런 가게들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그 가게에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굉장히 젊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많아도 30대가 안되어보이는 연령대로 보였습니다. 베트남사람들이 특히 어려보이는 얼굴이라 그런가싶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10대 후반부터 일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하고 있거나 아직 부모 아래에서 살고 있을 나이… 제 큰딸의 나이보다 고작 2~3살 많아 보이는 그들은 그곳에서 장사를 하거나 마사지사로 일을 하거나 대부분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작고 아기자기한 집,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주택은 대부분 빨간 지붕 노란 집이었습니다. 빨간 지붕 노란집은 다소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고 요즘은 건물의 색깔에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서 사진을 몇장 찍은 후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둘째날, 일기예보가 좋지 않았습니다. 일정대로라면 셋째날에 유람선을 타고 하롱베이 섬을 관광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일기가 좋지 않아 우리는 둘째날 유람선을 타러 하롱베이로 향했습니다.

하롱베이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라 꼭 보고싶었습니다. 태풍이 오고있는 날씨라 바람이 제법 불었고, 가끔 빗방울도 떨어졌지만  다행이 배를 탈수 있었으므로 아름다운 섬과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을수 있었습니다.

선상에서 맛있는 해산물도 먹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유람선에서 내려 작은 노를 젓는 작은 쪽배를 타고 원숭이 섬이라는 곳도 둘러보았는데, 정말로 우리가 탄 배 근처로 원숭이들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가이드의 이야기에 의하면 동물실험 대상이었던 암에 걸린 원숭이 6마리를 풀어주었는데, 그 원숭이들이 근처 바다를 헤엄쳐 무인도였던 그 섬에 들어가서 살았는데, 암을 이겨낸 것은 물론이고 새끼에 새끼를 낳아 원숭이 섬이 되었고 어떻게 하여 이 원숭이들이 암을 이겨낸 것인지 연구를 했는데, 그것은 그 섬에서 나는 노니라는 식물을 먹었기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원숭이 섬이 관광자원이 되면서 원숭이를 보러온 사람들이 던져주는 쵸코파이 과자 등에 맛이 길들어진 원숭이들은 더 이상 쓰고 맛없는 노니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원숭이들을 더 이상 귀엽게만 볼수는 없었습니다.

인간에 의해 죽을뻔 했던 원숭이들이 스스로 살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무인도에 살았고 살기위해 모르는 나뭇잎 나무뿌리를 먹고 살았는데 우연히 항암물질이 들어있는 식물이었고, 이제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단 음식에 길들어져 당뇨가 걸릴지도 모른다니 이 얼마나 희안한 이야기입니까,

셋째날은 베트남에서 유명하다는 전신마사지도 받고, 하롱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수상인형극도 보았습니다. 하롱테마파크는 일본의 기업이 들어와서 지은 곳이라고 하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으며 하롱베이 시내를 한눈에 담을수 있는 대관람차도 있었고,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지어진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롱테마파크에서 본 멋지고 아름다운 곳 그리고 신나는 놀이기구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디에서도 바로 베트남 사람들이 절대로 줄을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꽤 무더운 날씨였고 태풍직전인 습한 날씨에 우리 일행을 포함하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대관람차를 타기위해 길게 줄을 서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무더기의 베트남 사람들이 순식간에 줄도 서지 않고 다른쪽 입구에 우르를 몰려가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줄은 엉망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대관람차를 태우는 직원들 중 어느 하나 줄을 바르게 서라고 경고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엉망으로 뒤엉킨채로 뒤에서 비집고 들어가 앞에 선 사람 먼저 대관람차에 타게 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을 뿐이었지요. 아, 여기는 우리나라가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할까요? 덥고 습했던 세 번째날의 일정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간단히 샤워를 한후 깊이 푹 잠이 들었습니다.

그 곳이 집이 아니었으므로 잠자리가 바뀌어 잠들기 힘들다는 생각은 조금도 할수없을 만큼 피곤했습니다. 왜냐면 이곳저곳에서 줄을 서느라, 아니, 줄이 없는 곳을 뚫고 들어가느라 너무나도 피곤했으니까요.

베트남에서의 네 번째날, 비가 제법 많이 왔습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는 아니었지만, 내리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는 날씨였습니다. 우리는 바방사라는 절을 구경했고, 파인애플 농장을 보았습니다. 베트남의 비오는 날씨를 충분히 볼수 있었습니다. 비가 하루종일 오는 것이 아니라 20~30분 비가 오다가 20~30분 그쳤다가 또 비가 내리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장마와는 분명 다른 비였습니다. 그래서 농이라는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거였다는 것도 알수 있었습니다. 우산을 썼다가 손에 들고 다니다가를 반복했지만, 농은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농이라는 모자는 비를 피하기에 가장 적합한 모자였던 것입니다.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한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보니 모든 사진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토바이… 어디에도 오토바이가 안보이는 곳이 없었습니다. 베트남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오토바이…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에 다녀온 2018년 7월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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