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용골' 등 시 5편, 생생한 삶의 증언
"시세계 새 지평과 해양문학 발전 최선 다할 터"

바다의 사나이 백영현(64)씨가 계간 문예지 '시인정신' 2018 여름호에 시부문 신인으로 등단했다.

백영현 시인은 '숨비소리' '통영중앙시장' '용골' '복사꽃' '물주름' 등 5편의 시로 시부문 당선작으로 선정, 신인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나호열 시인은 "백영현의 시는 삶의 신산(辛酸)함이 절로 배어나오는 절절한 체험의 기록이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 속에서 꿈틀거리는 비애를 노래하면서도 그 비애조차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가득 품고 있다. 그 메시지는 바다로 상징되는 역동과 포용의 이미지와 맞물릴 때 긍정의 에너지로 상승되고 있다"고 평했다.

또 "당선작인 '숨비소리'와 '통영중앙시장' 같이 바다를 품고 있는 현장의 숨소리를 담아내면서 용골이 보여주는 절망과 그 절망 속에서도 비애에 굴복하지 않는 광물의 이미지를 도출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에 주목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거제 출신인 백영현 시인은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을 졸업, 원양어선을 타고 5대양 6대주를 누빈 바다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2017년 수필 '꿈'으로 에세이포레 신인상 등단했고, 제5회 진주 형평문학제 백일장에 입상하기도 했다. 현재 고성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백 시인은 "어린 시절의 꿈이 환갑을 한참 넘긴 나이에 실현됐다. 시인 백영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 새로운 길 위에서 어둡고 습한 심연의 방에 불을 지펴 제 시의 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에 게으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특히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던 그 정신으로 바다를 향한 도전정신과 협력의 관계를 통한 해양 문학의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용  골

                                                                백영현

아직 햇빛을 본 적이 없는 나는
조선소 레일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어두운 납빛이다
비타민D 결핍증에 창백해진 얼굴
나는 한 번도 햇빛을 꿈꿀 수 없었다

숨어만 산다고 비열하다며 비웃는
술 취한 선장 껌벅대는 등대와 멀어지는 뱃길
좌표 잃은 배가 물밑 바위섬을 등지고 누었던,

하늘 향해 누운 용골
나는 예초부터 하늘을 볼 생각은 없었다
누구나 한 번은 하늘에 닿지만
나는 끝까지 등뼈만큼은 감추고 싶었다
그러다 물밑 세상을 헤집고 다닌 내 삶이
하늘빛과 닮았다는 걸
온몸이 뒤집힌 뒤에사 알았다

※용골: 배의 밑바닥 한가운데를 받치고 있는 등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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