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생기기 전 통영에는 부산 롯데 팬이 많았다. 야구 시즌이면 부산과 마산 구장을 찾는 이들이 심심치 않았다. 지역 연고의 야구 응원은 민족사적 병폐였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 시절 부산 사직 구장의 명물을 꼽으라면, 합창으로 부르는 '부산갈매기'와 '아^ 주라~~!'였다. 관중석으로 날아온 공을 어른이 주우면 3만 관중이 일제히 노래 부른다. 넘어온 공은 어른이 아닌 아이의 몫이라야 한다고. 시대의 정의였다. 욕심에 눈이 멀면 패자가 된다는 걸 3만의 목소리와 6만의 눈이 확인시켜 주었다.

낚시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통영에서도 낚시꾼을 만나는 건 거의 일상이다. 환경오염과 기상이변 등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어 점점 먼 바다로 나가야 제대로 손맛을 볼 수 있다고도 한다.

근래 들어 낚시꾼을 향해 "아^ 주라~~!"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잡은 생선을 아이에게 주라는 말이 아니다. 밑밥으로 던져넣는 크릴 얘기다. 너나 나나 크릴을 밑밥으로 사용하는 통에 남태평양의 '아~'들이 굶고 있다는 얘기다.

펭귄도 굶고 물개도 굶고 수염고래도 굶는다. 어른들이 쓸데없이 야구공에 욕심내는 모습이 추해 보이듯, 수억 년 동안 크릴을 먹고 살아온 해양생물들 밥을 모조리 빼앗아다가 밑밥으로 던져넣는 것도 참 추하다. 끝끝내 염치없이 챙기다가는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야유받기에 십상이다.

그동안 크릴의 80%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남태평양 크릴을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잡아들인다. 1위는? 일본이다. 고래사냥으로 전세계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일본이지만, 크릴잡이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데는 한국과 일본이 한 몸으로 욕을 얻어먹고 있다.

기왕 잡은 크릴을 소중하게 사용하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값싼 사료나 낚시용 밑밥으로 사용한다. 한쪽에는 굶겨 죽이고, 한쪽에는 썩게 만든다. 참 채신머리 없는 짓이다.

아무래도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밑밥을 과하게 사용한다. 심하면 한 사람이 30kg까지 던져넣기도 한단다. 재주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하듯, 초짜 낚시꾼이 낚싯대를 탓하거나 물고기가 성의 없다고 탓하면서, 밑밥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물고기들이 받아먹는 밑밥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낚시꾼들이 포인트라고 하는 곳마다 수북이 가라앉은 밑밥으로 썩어간다. 그래 놓고선 자리 탓을 한다. 낚시가 아니라 바다 죽이기 경쟁 같다.

밑밥 만이 아니다. 낚시꾼들이 놀다 떠난 갯바위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낚싯바늘과 낚싯줄, 봉돌, 각종 쓰레기, 쓰레기를 태운 흔적까지. 인간의 발자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감성돔에게 물어보면, '쓰레기'라는 말이 돌아올 지경이다.

야구공은 아이에게, 크릴은 펭귄과 물개와 수염고래에게. 체면 좀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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