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학생들 떠난 폐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1>산촌폐교를 재생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감자꽃 스튜디오’

기획취재 “학생들 떠난 폐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1>산촌폐교를 재생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감자꽃 스튜디오’
<2>폐교에서 전시·체험시설로 변신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3>지역의 폐교를 개조한 캠핑장, ‘제천 하늘뜨레’와 ‘함평 나비마을’
<4>폐교는 옛말,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통영 해양안전체험센터’
<5>폐교위기 직면, 통영의 소규모학교의 미래는

 

"소규모 통폐합 산촌폐교, 주민들의 자랑거리 ‘감자꽃 스튜디오’ 변신"

올해 통영지역에는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섬마을에 위치한 산양초등학교 학림분교,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통영시 관내 초등학교 25개교 중 23개교는 학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입학식을 열었지만, 위 두 학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개학식만 열렸다.

더욱이 연화분교는 올해 6학년 2만이 재학 중, 내년에는 사실상 재학생이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학림분교 역시 5학년 1명, 6학년 1명 재학 중으로, 2019년도에는 6학년 1명만이 재학생으로 이름 올릴 예정이다.

이처럼 통영지역의 소규모학교, 그 중에서도 특히 섬마을의 분교들이 감소하는 학생 수로 인해 폐교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불가피하게 폐교에 직면한 지역의 소규모학교들의 폐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학생들이 떠난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강원도 평창의 감자꽃 스튜디오,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지방 폐교 활용 가족자연체험시설인 충북 제천의 하늘뜨레, 전남 함평 나비마을 캠핑장, 폐교에서 전시·체험시설로 변신한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등을 집중 취재, 통영지역 폐교 활성화 방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 333번지, ‘감자꽃 스튜디오’

평창읍내에서 정선방향으로 강을 따라 달리다가 다리를 건너 15분 정도 더 들어가면, 산 아래서 반짝이고 있는 ‘감자꽃 스튜디오’를 만나게 된다.

‘폐교’의 이미지와 달리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외관 때문에 ‘폐교가 맞나?’싶기도 하지만 입구를 들어서면서 만나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과 청동 사자상, 운동장 귀퉁이의 외부화장실에서 쉽게 평창초등학교 노산분교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소규모학교 통·폐합계획에 의거 1999년 폐교된 평창초등학교 노산분교장을 리노베이션한 것으로 대지면적 1,765㎡(535.1평)에 건축면적은 184㎡ 증축한 570㎡(172.4평), 연면적은 223㎡ 증축한 913.66㎡(276.4평)이다.

본래 있던 철근콘크리트조의 건물에 철골구조의 전면부를 증축, 규모는 지상 2층이고 최고 높이는 9.6m, 외벽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된 박스를 덧붙인 모습으로, 이 박스는 건물 내에서 이동이 가능한 통로면서, 내부의 온도를 적절히 지켜주는 보호 상자의 역할과 그 스스로 온실인 3가지 기능을 담고 있다.

우선 반투명의 외부마감은 건물 내 이동경로를 전면으로 드러낸다. 철제그레이팅으로 마감된 바닥과 보이드 된 1층과 2층은 기존의 학교복도가 가지고 있던 폐쇄적 두려움을 지워냈다.

산촌폐교 건물을 재생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인 감자꽃 스튜디오는 현재 예술가의 창작공간이자 주민의 교육 공간 그리고 방문객의 체험 공간 등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학교는 1983년에 설립돼 1999년 폐교된 후, 2002년 운영자가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사용하다 2004년 평창군, 강원도, 문체부의 지원과 건축가 이종호의 설계로 리노베이션이 이뤄졌다.

 

지역 청소년과 주민의 예술교육 문화향유 공간

스튜디오는 옛 학교 건물의 원형은 존치하면서 전면에 아트리움을 증축하고 교실 내부를 개조해 1층에는 식사 및 휴게공간 이종욱키친(주방), 옛 분교의 흔적과 물품을 모아둔 노산분교박물관(교실), 도서와 모임을 위한 감자꽃책다방(도서관), 그리고 목공과 미술창작을 위한 미술실(공방)이 있다. 2층에는 강당(극장/레코딩스튜디오)과 교무실, 교장실, 숙직실 등 업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건물 전면에는 주민과 작가의 예술창작 결과물을 전시하는 마을창조센터(갤러리)가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작가의 창작과 연구활동이 이어져 왔다. 특히 지역의 청소년과 주민에게는 예술교육과 문화향유의 공간으로, 방문객에게는 워크숍과 탐방 등의 장소로 인기 만점이다. 더욱이 옛 학교시절 열리던 절기별 행사의 명칭을 살리며 새로운 형태의 봄소풍(청년축제), 분교캠프(방학캠프), 가을운동회(레포츠축제), 성탄극장(송년잔치) 및 자연영화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마을달력 제작과 전통예술 아카이빙, 지역예술가 공연과 전시, 음반과 출판 등도 활발히 기획되고 있다.

또 문화공간의 역할은 감자꽃 스튜디오가 숙박과 식사 및 판매는 지역주민의 업소를 연계해 마을자원의 효과적인 활용과 역할분담으로 협력체계를 구축, 지역경제 기여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촌청년의 창업 플랫폼이자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의 거점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운영과 기획에 지역 청년과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마을주민의 사랑방 ‘감자꽃책다방’

감자꽃책다방은 작은 도서관이자 감자꽃의 사랑방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지금의 감자꽃 스튜디오가 조성되기 전 이선철 대표와 함께 머물던 영월 출신의 동화작가 이남영의 작품이 2003년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이 작품의 제목이 ‘감자꽃’이었다. 이를 자축하고 기념하기 위해 빈 교실을 이용해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던 중 전체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하게 됐고, 지금의 감자꽃 스튜디오가 됐다. 이후 당시의 유래를 이어가기 위해 감자꽃책다방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주로 지역문화, 예술경영, 생태, 영농, 농촌관광, 귀농귀촌 등을 주제로 한 도서와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교양과 문학서적도 다소 구비하고 있다.

책다방이라는 이름처럼 독서 이외에도 차를 한잔하는 휴게 공간이기도 하며, 연구나 교육 또는 모임의 용도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항상 열려있다. 또한 마을 부녀회나 어르신들 모임이나 교육 또는 각종 생활동아리 활동의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베짱이 농부의 작업장 ‘이종욱 키친’

이종욱 키친은 주방을 겸한 식당으로 감자꽃 스튜디오 관계자들이나 레지던스 예술가들, 그리고 워크숍이나 탐방을 위해 방문한 팀들에게 식사와 휴게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각종 음식관련 교육이나 실습에도 쓰이고 있다.

이 공간은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각종 음식과 음료, 술과 차 등과 관련된 연구와 시연 등이 벌어지는 프로젝트 키친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실 등을 열기도 한다. 현재는 지역의 영농인이자 문화기획자인 베짱이농부 최지훈씨가 이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와 작업 그리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공연이 이뤄지는 마을극장 ‘이곡리극장’

감자꽃 스튜디오 2층은 옛 분교시절 학교의 강당이 있던 곳이다. 시골분교는 따로 강당이 없어서 교실 중간의 접이식 문을 닫아 평소에는 각각 2개로 나눠 3~4학년, 5~6학년 교실로 쓰다가 필요시 문을 열어 입학식, 졸업식도 하는 강당이었다.

리모델링 작업 후 이곳은 주로 음악, 연극, 무용 등 공연 창작이나 연습, 또는 녹음작업을 할 수 있는 기자재와 악기를 갖추게 됐고 예술가의 작업이나 주민들의 각종 동아리 장소로 쓰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미탄 아라리와 평창 둔전평농악 등 지역의 전통예술 아카이빙 음반이 녹음되기도 했으며, 스튜디오의 매니저이자 청년음악가 안병근의 음반 ‘첫번째 시도’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공연이 이뤄져 마을극장의 기능도 수행, 연말에는 성탄극장이라는 송년잔치와 지역청년들의 파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방문팀들을 위한 특강이나 체험 또는 워크숍과 마을주민 교육 및 모임의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에 새로움을 더하다

감자꽃 스튜디오의 본관은 원형을 보존하며 개조를 한 건물이라면 앞부분의 이 마을창조센터는 새로 건축한 별관 시설이다. 이 건물은 마을을 소재로 한 전문 예술가의 작품이나 주민들의 예술 활동의 결과 등을 함께 전시함으로 자연스레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보여주는 마을 갤러리의 역할로 쓰이고 있다.

또한 마을의 관광지나 특산물을 홍보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각종 교육과 교류 또는 공연 등의 행사들이 다양하게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청년이나 주민들이 창작이나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데 주로 쓰이는 취지에서 마을창조센터라 이름 지었다.

건물 위치가 옛 운동장 복판에 돌출된 모습인 것은 대지의 대부분이 지목상 하천부지여서 부득이하기 그렇게 됐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스튜디오 뒤편에 별도의 잔디광장과 체육관이 건립돼 옛 운동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귀촌 결심, 그리고 감자꽃 스튜디오와 만남”

-감자꽃 스튜디오 이선철 대표

“평창에 처음 내려가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건강문제로 자연친화적인 곳에서 생활했으면 했고, 그러던 차 2002년 폐교를 발견했고, 2년 정도는 집으로 사용하다가 감자꽃 스튜디오를 열게 됐다”

비어있는 교실을 아이들을 위한 아동도서관으로 만들어 개방하게 되면서 감자꽃 스튜디오가 사실상 문을 열었다.

강원도청에서 이 공간을 시범적으로 지역문화공간으로 운영해 볼 것을 그에게 제의, 입소문이 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프로그램도 참여하게 되고 농촌관광모델로도 각광받았다.

특히 지역의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 초중학교에는 전교생이 국악을 배울 수 있게 악기와 강사를 파견했고, 방문객 및 단체를 위한 문화워크숍과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방문객이 증가했다.

이선철 대표는 “지역에 기반하고 있으나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서 지역문화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 평가받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다만 감자꽃 스튜디오라는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기본 동력을 지역에 두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선철 대표는 한겨례문화센터, 광운대 등에서 강의를 시작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예술위원회, 지자체, 공무원 교육원, 교원연수, 법무부 및 국방부 등에서 강의를 수행했다.

이후 단국대학교 겸임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용인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전임교수로 재직했다.

또한 평창문화원 감사패, 평창읍 동부오리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 운영위원단 감사패, 강원도인재개발원장 감사패, 사단법인 평창읍번영회 문화예술부문 읍민대상, 평창군수로부터 지역개발부문 군민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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