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IMF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는 통영에, 정부에 의해 취소되었던 통영화력발전소 재추진이 시민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다. 1조원 이상 재원이 드는 발전소 건설을 통해 지역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시민과 발전소 온배수로 인한 수산업 말살과 관광객 감소로 오히려 지역경제를 죽인다며 발전소 건설백지화를 주장하는 시민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다 발전소 건설과 운영이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경제는 물론 시민의 삶의 질 저하를 불러온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도 간단치 않다.

시민갈등의 진원지는 두 곳이다. 하나는 현대산업개발이 제기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영화력발전소 사업취소 처분명령’ 취소소송 1심 판결과 산자부의 1심 패소에 불복하고 항소한 행정소송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강석주 통영시장이 지난 11일 제188회 통영시의회에서 발전소 건립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데 있다.

1심 행정소송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하면서 통영화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시민은 환호성을 지르고, 안정만을 수산업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어민은 탄식하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것도 잠시, 산자부가 1심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통영시장이 발전소 건설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양쪽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사법부의 결정과 행정부의 대응에 따라 통영시민은 환호성과 탄식의 롤러코스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짐짓 통영시민의 명운을 사법부와 행정부가 쥔 모양새이다. 시민은 둘로 나뉘어 갈등하고 문제해결에 주체적이지 못하여 끌려가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시민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인 광도면장이 광도면 이장단 회의에서 발전소건설을 찬성하는 주민서명을 독려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용남면을 중심으로 한 통영어업피해대책위와 진해만굴어업피해대책위가 수산업말살을 주장하며 발전소건설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시민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시민갈등을 조정하러 나서는 정치지도자가 없다. 자칭 ‘표’를 먹고 산다는 정치인들은 어느 편의 시민에 줄을 서야 이득이 되는지 ‘표’ 계산기만 두드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아쉽고 절망적이다. 이대로 두면 시민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지고 그 폐해는 지역공동체의 균열에 크게 영향을 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시민들에게 남겨질 것이다.

이제 통영의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을 떠나고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시민의 화합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정치인들이 발전소 문제로 악화되어진 시민의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를 자임하며 나서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조정할 문제는 무엇인가? 크게 보아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발전소 건설이 통영의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오히려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것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발전소 건설이 가져올 환경파괴가 어느 정도일지 밝히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로 경제가 살아난다하더라도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따른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면 시민의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이고 종국에는 시민은 줄어들고 발전소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김동진 전임시장은 2013년 3월 16일 대 시민 약속을 한 바 있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경제성, 환경성 검토를 통하여 공론화 과정을 밟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이제 강석주 통영시장은 전임 시장의 약속을 이행하면 된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실익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면 될 일이다. 발전소 건설이 통영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고 환경파괴가 미미하다면 어느 시민이 반대하겠는가? 반대로 발전소 건설이 통영경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로 이어져 시민의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재의 시민갈등은 위기가 아니라 시민통합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대비하여 통영시의회에서 분쟁갈등조정조례도 제정해 두지 않았던가. 갈등과 분쟁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통영시민의 여론을 하나로 수렴하는 일이 통영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임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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