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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삶의 현장 ‘굴 박신장’을 가다통영 내 굴 박신장 150개, 고용인원 6천여 명
베테랑 박신공들 여기저기 모시기 경쟁 ‘치열’

“굴 껍질 까는게 보기와 다르게 쉽지가 않다. 막 대충 까는 것 같아도 다 요령이 있다. 손재주도 좀 있어야 되고 끈기도 있어야 해. 잘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잘하지 기계다 기계!”

전 세계에서 2번째로 굴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 그중 국내 양식굴 총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도시 통영은 굴의 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통영 해안가 마을 어느 곳을 가도 박신장이 자리해 있다. 매년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때쯤 통영은 제철을 맞은 굴 덕분에 도시 전체가 신바람 난다.

시대가 변하며 각종 수산양식기술이 발달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굴 박신 작업만큼은 사람이 전담한다.

굴 산업은 통영 경제의 큰 축이다. 현재 통영에는 굴 양식장 750여 개, 박신장 150개 고용인원 6천여 명, 하루 인건비 6억여 원이 움직인다. 인근 고성지역까지 포함한다면 3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용남면 적촌마을에 위치한 굴 박신장을 방문했다.

깔끔하게 지어진 박신장 안에서 30여 명의 여공들은 산처럼 쌓인 굴을 앞에 두고 작업대에 길게 늘어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속하고 절제된 손놀림을 보이며 단단한 껍질에 숨어 있던 뽀얀 굴의 속살을 척척 꺼내 담았다.

끝없이 쌓인 굴 앞에 조금은 압도될 법도 하지만 박신장에는 흥겨운 콧노래와 미소가 가득했다.

대부분 기성가수들의 익숙한 노래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K-POP스타들의 노래 등 장르가 다양, 독특한 타국의 노래도 심심찮게 들린다.

박신을 담당하는 인력이 주로 여성들이다보니 손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굴 박신 작업은 단순히 굴 껍질을 까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는 큰코다친다.

취재 시 방문했던 박신장에서 박신 작업에 도전, 작은 칼을 들고 손바닥만한 굴과 씨름해 뽀얀 굴 속살을 보기까지 20분 이상이 소모, 껍질을 벗긴 건지 깨부순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처럼 굴 박신은 굴의 속살은 다치지 않게 신속히 껍질을 까는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여공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서서 작업 하는데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단순히 딱딱한 껍질을 벗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굴은 그야말로 얼음덩어리로 오래 잡고 있기도 힘들다.

박신 작업의 구조상 까낸 만큼 품삯을 챙겨가는 여공들은 이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신 작업에 몰두한다.

기술 좋은 40~50대 젊은 여공들은 하루 평균 100㎏, 백전노장인 60~70대 어르신들도 30~40㎏를 거뜬히 해낸다. 요즘은 30대의 여공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오랜 경험으로 굴을 다루는데 익숙한 베테랑이 아니라면 같은 시간동안 작업량도 작고 손에는 언제 어디서 다쳤는지 모를 자잘한 상처가 아물 날 없다.

이 바닥에서 이름난 숙련공들의 인기는 대단해 매년 박신장들은 자기 업체로 데려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굴 박신 작업에 열중하시던 70대 어르신은 “굴 덕분에 자식새끼들 다 키워냈고 지금은 손자들 용돈도 챙겨준다. 늙어도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굴수협 관계자는 “올해는 사실 굴 양식에 역경이 많은 해였다.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1천 톤 이상 줄었다. 지독한 폭염으로 바닷물은 펄펄 끓었고 태풍 또한 몰아쳤다. 충분히 알이 찬 햇굴과 월하 굴이 거친 파도에 많은 양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행히 굴 거래가격이 높아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굴 박신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굴 가격대 유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우진 인턴기자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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