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베마이어상 2004년 수상자로 선정

내달 17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봄 시즌에는 12개국 200여 명의 연주자들이 참가해 고인의 유작들, 고인을 ‘기억’하는 작품들을 다양한 형태로 연주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올해 음악제 상주 작곡가로 초빙된 진은숙.

 

그는 음악의 노벨상이라는 세계적 권위의 작곡상 그라베마이어상 2004년 수상자로 선정돼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알려진 것처럼 문화비평가 진중권씨가 그의 동생, 음악평론가 진회숙씨가 언니다. 진씨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1999년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인’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서울대 음대에서 강석희 교수에게 사사받은 후 85년 독일로 건너가 88년까지 함부르크에서 리게티에게서 레슨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20년째 독일에 머물고 있다.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서울대 재학 시절 가우데아무스 국제 작곡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였다.

 

93년에는 일본 도쿄도 150주년 기념 국제 작곡콩쿠르에서 작품상을, 99년엔 부르주 국제 전자음악 작곡콩쿠르에서 1등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그 중 지난해 받은 그라베마이어상은 한국 작곡계의 쾌거로 여겨졌을 만큼 최고였다.

 

미국 그라베마이어 재단이 주는 이 상은 상금이 20만달러에 달하는 권위있는 상으로 루토슬라브스키(85), 리게티(86), 코릴리아노(91), 타케미추(94), 탄둔(98), 불레즈(01)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역대 수상자 명단을 장식하고 있다.

 

당시 상을 받았던 작품은 2001년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DSO)의 초빙작곡가로 위촉돼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이 곡은 2001년 1월 켄트 나가노 지휘로 초연된 데 이어 지난해 2월 영국, 지난 1월 오스트리아에서도 초연됐다.

 

이달 중에는 스웨덴에서도 연주되며 4월에는 래틀 지휘의 베를린 필 정기 연주회에서 3일 간 3회 연주될 예정이다. 위촉받아 작곡 중인 작품도 여럿이다.

 

런던 신포니에타가 위촉한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 앙상블을 위한 곡을 비롯해 2007년 7월 초연 예정으로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를 위한 첼로 협주곡, 2007년 8월 초연할 베를린 필 위촉 작품을 계획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오페라극장에서 2006년 초연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1년 선보일 뮌헨 오페라극장의 ‘거울 뒤의 앨리스’ 등 두 개의 오페라도 쓰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작곡가로 초청된 그는 통영에서 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개막연주회(17일)에서 뤼디거 본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피아 콤지 협연으로 ‘칼라’(Kala)라는 작품을 아시아 초연하고, 18일에는 피아노곡 ‘에튀드 4, 5번’, 19일에는 아르디티 현닥4중주단 연주로 ‘파라메타 스트링’을 연주한다.

 

“통영에 아직 가보지 못해 기대가 많이 돼요. 그렇게 좋다고들 하시던데…. 사실 아시아 쪽엔 제 음악을 연주해 줄 기관도, 단체도 별로 없어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 통영국제음악제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습니다.”

 

음악의 향취를 품은 통영바다와 작곡가 진은숙의 만남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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