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통영 이야기>를 연재한 게 183회, 4년 가까이 되어간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통영 RCE)'과 '푸른통영21'이 있다.

두 모임에서 통영 사랑으로 눈에서 불꽃 튀는 이들을 참 많이 만났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통영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과거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단골 안주였고, 미래의 통영 이야기는 주연이었다. 이미 통영 사랑에 빠져있던 나는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통영 이야기에 심취했다.

그렇게 통영을 사랑하고, 통영을 꿈꾸던 이들이 만든 두 단체에선 늘 "지속가능한" 통영이 화두였다. 역사와 단절되고, 이웃과 단절되고, 자연과 단절되고, 미래세대와 단절되는 '그저 그런' 통영을 벗고, 누구나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통영을 꿈꾸었다. 한쪽은 교육을 통해서, 한쪽은 의제를 통해서.

통영과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강제 폐쇄되었던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가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부활하였다. 시작만으로도 지속 '가능성'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둘 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주요 의제(핵심 사안)를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래로 가는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으니 갈 길이 바쁘다. 이런저런 요구도 많고, 민과 관 사이의 협업과 협치에 대한 기대도 클 것이다. 이 시점에 그때의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를 톺아보는 건 의미가 있겠다.

예전 '푸른통영21'은 괄목할 성과를 내었다. 마을 만들기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동피랑 벽화마을 만들기를 이끌었고, 연대도를 국내 최초의 에코 아일랜드로 만들었다. 강구안 골목과 서피랑 마을 사업의 서막을 열고는, 폭력적으로 사무국이 문을 닫을 때까지 언론으로부터 수없이 주목받기도 했다.

풀지 못한 과제는 두 가지였다. 생사여탈권을 쥔 행정으로부터의 독립과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의제의 발굴과 평가, 순환시스템 구축이었다. 첫 번째 과제를 풀지 못한 탓에 '잘 나가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두 번째 미해결 과제는 지금껏 숙제로 남아 있다.

다양한 의제만큼 폭넓게 추진되던 사업들은 차츰 성과가 큰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축소되었다. 처음에는 환경보호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만들기 추진 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설립 초기 원탁회의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지속가능한 통영의 약속(통영 의제)"은 사무국이 문 닫을 때까지 다시 열어보지 못했다. 그 속에는 4개 분야 16개 의제가 담겨 있었고, 평가 가능한 구체적인 수치 목표까지 제시되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재평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사업 현장에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와 성과와 예산이 오히려 늪이 되었다.

(이야기는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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