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제1차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30일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일원에 건립한 ‘한려해상 생태탐방원’을 개원했다. 달아공원에 인근하고 남해를 배경으로 하는 이 생태탐방원은 사업비 146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지상2층, 연면적 3,903㎡규모로 건립되었다. 내부는 대규모 다목적 강당과 강의실, 체험실습실, 8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관(콘도형 숙박시설)과 식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생태계 교육과 체험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여러 국립공원지역 내에 생태탐방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개원한 ‘한려해상 생태탐방원’은 북한산(2011년), 지리산(2015년), 소백산(2017년), 설악산(2017년) 국립공원에 이어 5번째이며 해상에서는 처음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번에 개원한 ‘한려해상 생태탐방원’을 자연생태교육과 체험을 위한 거점 시설로 활용하는 한편 통영지역의 청소년을 위해 자유학년제 진로체험, 인성교육, 해양청소년 자연보호단 등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통영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해 당일형, 1박2일형, 2박3일형 등 3가지 유형의 힐링 관광상품 및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지역에 이러한 생태탐방원이 설립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청정한 해양환경과 깨끗한 자연경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하는 우리 통영의 입장에서는 국립공원 즉 자연생태계의 소중함을 알리는 거대한 공공 교육기관이 들어섰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이를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통영을 찾게 된다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통영의 지명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지역민 중에는 공단이 직접 힐링 관광상품을 개발하여 수익사업을 하게 된다면, 즉 비용을 받고 숙박과 투어를 실시하게 된다면 기존 여행사, 숙박업자 등 지역 상권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교육과 체험이라는 명분을 붙이더라도 실제로는 관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조성된 4개의 생태탐방원과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야산, 내장산, 무등산 등 내륙산간지역의 생태탐방원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과는 분리된 공간이다. 그야말로 독립된 국립공원인 산이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탐방, 교육, 숙박 등 모든 운영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공단이 직접 수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려해상 생태탐방원’의 경우는 다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구역은 거의 주민들의 생활권역과 겹쳐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공단의 수익사업은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경쟁이 된다면 민간이 공단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그만큼 공단이 민간영역을 잠식하는 꼴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지역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강력히 권고하고자 한다. 공단은 고유의 기능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관리, 그리고 주된 생태탐방원 설립목적인 자연생태 교육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고 스스로 수익사업을 펼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만약 민간이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 있다면 이는 과감히 민간에 위탁하는 등 지역 관련업계와 협력하고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본래의 좋은 취지와 달리 생태탐방원 설치가 자칫 공단의 몸짓불리기로 비춰지고 민간시장을 잠식하는 갑질로 인식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구역이 너무 넓게 설정되어 있고 각종 행위제한 규제도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보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은 정말 엄격하게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적인 욕심과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더 큰 공익을 훼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주민들의 생활권역에 있는 것이라던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세밀하게 검토해서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하고 지역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역할은 전적으로 통영시의 몫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참에 통영시에도 특별히 주문하고자 한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편입되는 구역을 줄이고 국립공원 내에서의 규제도 대폭 완화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환경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관철해 주기 바란다. 지역 업계, 시민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전문가를 동원해서 깊이 있는 대응논리를 만들어서 환경부의 논리를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왔겠지만 보다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 주기 바란다. 마침 자연보호법에 따라 10년마다 수립하는 산양면, 한산면 일원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계획이 2020년에 새로이 수립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스스로 공원구역 내에 생태탐방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시설물을 세우는데, 시민들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고 지역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 자치단체가 하겠다는데 이를 못할게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설득논리이다. 통영시가 적극적으로 임해 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한다.

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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