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통영시가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한 의제를 만들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민관 협의체다. 이 모든 일은 원탁회의에서 이루어진다. 민과 관을 대표하는 지역의 다양한 사람이 마주 앉아 논의와 논쟁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이다.

의제의 범위는 시민의 삶과 연관된 모든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사회가 대체로 의제를 싫어했던 이유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던 많은 일을 원탁회의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도 원탁회의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지자체의 장도 협의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의제별 목표를 달성하는 실천방안은 시민, 행정, 기업 영역으로 나뉘고, 따로 또 같이 각자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협의와 협치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행정의 권한과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즉 지자체장과 1천 명의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협의회는 협의만 하다가 끝날 공산이 크다.

내가 대학 들어가서 경험한 첫 축제는 대동제(大同祭)라는 것이었다. 풍문으로 듣고 기대했던 파트너 동반, 연예인 공연, 화려한 불꽃놀이가 사라진 첫 축제였다. 대학생들 스스로 건전한 대학문화 창달을 위해 애쓰던 시절 인연의 결과였지만, 동기들 속에선 '왜 하필 우리 때인가?' 하는 볼멘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동 놀이에 참여하면서 볼멘소리는 잦아들었고, 고싸움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실망은 환희로 바뀌었다. 5천여 명이 맞당기는 거대한 동아줄의 한 가닥을 붙들고서 나는 온몸으로 '대동(大同)'을 느껴버렸다.

모든 사건은 이야기다. 추억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 전망과 설계 또한 이야기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다룰 '의제'는 이야기다.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가 나누어야 할 이야기이고, 미래 세대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일 잘하는 한두 사람이나 위원들의 합의만으로 만들어낸 멋진 이야기는 생명이 그리 길지 않다. 선거는 계절처럼 돌아오고, 시류는 급변한다. 공론화의 과정이 중요하다.

통영이 지속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스템이 같이 바뀌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과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이다.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가치관과 생각, 행동이 바뀌는 것을 말하고, 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은 민과 관의 유기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 전략의 추진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멋진 이야기의 장이 되고, 모두가 달라붙어 줄을 꼬는 깃대가 되리라 기대한다. 14만 가닥의 이야기를 환경, 경제, 사회문화라는 세 가닥의 굵은 동아줄로 엮는 과정은 얼마나 가슴 뛰는 이야기인가.

건너편에서 버팅기고 있는 미래의 이야기를, 14만 명이 한 호흡으로 끌어당기는 그 날, 하늘과 바다가 일어나 대동의 춤판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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