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메인박스 칼럼
최광수의 통영이야기 193 - 드론, 한산대첩 그날을 날다 1

1592년 8월, 한산해전이 대승리로 끝나자 환호하던 병사들은 허기를 달래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깨소금 간을 한 주먹밥이 꿀맛이다.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밥이 또 있으랴. 웃음소리가 왁자하다.

병사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순신 장군도 주먹밥을 한 입 베어 문다. 병사들 말처럼 꿀맛이다. 살아서 이 밥을 다시 먹는 것만으로도 천운이고, 기쁨이다.

간단히 요기를 마친 병사들이 바다에 떠 있는 왜군의 사체를 건져 올렸다. 참혹한 모습에 병사들도 마음이 무거워 누구도 선뜻 입을 떼지 않는다. 저들도 어느 아낙의 지아비요, 아이들의 아버지일 텐데. 지금 이 시각에도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하고 있을 텐데.

"캭, 퉤! 씨부럴, 젠장" 정적을 깨고 침 뱉는 소리와 함께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자 모두들 소리 난 쪽을 바라본다. 왜놈이 밉긴 하지만 죽은 자를 향해 침 뱉고 욕하는 건 아니지 싶어 다들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느 새끼여? 비닐봉지를 바다에 버린 놈이. 아, 주먹밥이라도 고맙게 잘 처먹었으면, 비닐봉지를 잘 챙겨야 할 거 아녀."

주먹밥을 쌌던 비닐봉지를 누군가 바다에 버렸던 모양이었다.

"장군님이 비닐봉지를 절대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 혔는디, 언 놈인지 잡히모 아가리를 확 찢어버릴 까부다. 다신 주먹밥도 못 처먹게."

"너무 그러지 말어. 그깟 비닐 좀 버리모 어때서 그랴. 바다는 넓고도 넓당께. 저 멀리 떠내려가겄제. 장군님도 차암 까탈시럽제. 고깐 비닐 갖고 겁나 겁을 주더만."

"머시라? 니 아가리부터 찢어 불랑께. 그기 말이라고 씨부리냐. 니 눈엔 하찮아 비는 저 비닐이 얼매나 무서운 놈인지 아냐? 저 썩을 놈은 썩지를 않어. 500년을 가야 겨우 썩을똥말똥 한다니께."

"그럼 어떠냐? 언젠간 썩잖여?" "그건 아니지라. 내 말 좀 들어보소. 저거 저 비닐이 바다를 떠돌아댕기다가 잘게 잘게 부서진다 안카요." "그기 워뗘서?"

"쪼가리 쪼가리 난 놈들을 물괴기가 먹고, 홍합이 먹고, 온갖 바다 생물들이 다 먹는다 안 카요. 아 글쎄 우리가 먹는 소금에도 들어있다 카데요."

"진짜당가? 괴기에도, 미역에도, 내가 좋아하는 굴에도 들었겠네. 아, 씨발. 온몸이 간지럽네."

"그거뿐만이 아이라요. 마시는 수돗물서도 나오고, 맥주에서도 나오고, 사람들 몸에도 엄청나게 들었대요. 수돗물만 마셔도 일 년에 4800개가 몸에 쌓인다네."

(이야기는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