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중 <수필가. 통영문인협회.물목문학총무>

박길중 <수필가. 통영문인협회.물목문학총무>

기해년의 새해가 밝아온다. 기다린 수고로움에 화답이라도 하듯. 저, 천지의 틈새를 헤치고 여명의 고동소리로 다가온다. 한산대첩의 바다위로 장엄하고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일장검 딛고 선 장군의 호령아래 환호하는 백성들. 저 마다의 가슴 속에 희망이 되어 거침없이 일직선으로 향하는 빛의 진실. 시키지 아니했음에도 누구하나 흐트러짐 없이 일제히 떨쳐 환호하는 모습은 마치 장군이 살아 계신 듯이 생생하고 숙연하다. 무엇을 소망하는 것일까? 이 땅의 민초들 아니, 통영의 민초들은 또한 무엇을 바라 저토록 환호하는 것일까?

저 해가 솟아올라 봄기운을 재촉하고 4월의 대지위에 곡우를 내리면, 이 고장에는 역대에 없었던 명예롭지 못한 일정 하나가 슬그머니 다가와 민초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새해, 지역신문들은 대법원의 선고가 내려지기가 무섭게 보궐선거로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는 인물들을 더듬어서, 자랑처럼 때 이른 선을 보이고 있다. 정벌하러 떠나는 적은 누구이며, 주군에게 밝혀 올리는 자신의 장계는 또한 어떠한 것인가? 자신을 내던져 나라와 주군을 구하고자 出師하던 제갈량의 다짐이 여전히 위대한 것은 우국과 충정의 진정성이 절절이 베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만의 出師도 끝없이 추락하는 지역경제와 잃어버린 15년에 대한 원상복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 때 무투표로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선발주자로 내세웠던 장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을 일으켜 세우라 명을 받아 수행하고 있어야 할 그 장수는 지금 어디로 갔는가?

저마다 出師의 장본인이 자신임을 내세워 민초들의 환심을 사려하는 새로운 주자들이 각축을 시작했다. 그들도 ‘통영·고성의 민생경제가 힘들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도시로 성장시키겠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라고 상소문을 올린다. 살펴 보건데 불과 3년 전에 4선으로 최고의 대우를 해 주었던 장수의 구호도 마찬가지였다. 허황되고 시민들에 아부하는 출사표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맹자께서는 “선비는 대체 무슨 일을 열심히 해야 옳을까요? 맹자 왈, 正道를 지향하는 뜻을 숭상하지요. ...중략... 자기 소유가 아닌데도 그것을 취하는 것은 義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선비로서 몸 둘 곳이 어디에 있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仁에 있는 것입니다. 선비가 갈 길이 어디에 있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義에 있는 것입니다. 仁에 몸을 두고 義에 따라 행하면, 이미 그것으로 위대한 덕을 지닌 사람이 힘쓰는 일을 다 한 것이 됩니다.” ( 孟子 盡心章句 • 上 )라고 통찰하신 바 있다.

이 말은 청렴과 국익 우선의 의무를 생명으로 삼는 정치인이 지향해야할 바 지침으로 삼으라는 준엄한 채찍이다.

조선소의 몰락으로 인한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선포된 지역구를 가진 4선 국회의원의 퇴임식이 ‘징역1년6개월 집형유예3년’으로 장식되는 이 슬픈 현실.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던 지난날의 회한을 누구에게 보상 받으리오. 여기가 어떤 곳인가! 이충무공의 우국충정의 숨결이 처처에 베여있는 통영과 고성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내놔도 이것 하나만은 당당했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도 위안의 큰 가림막이였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20대 총선에서 전국 유일의 무투표 당선인을 우리 통영·고성인은 참으로 용감하게 배출해 냈다. 허락도 없이 투하된 낙하산의 침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낼 겨를도 없이. 4선의 피땀 어린 결과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 하리오. 지역민심을 이반하는 사리사욕에 장군의 추상같은 꾸짖음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것은 왜 일까.

비록 일반국민과는 다른 특권과 독자적인 권리를 부여 받는다 할지라도 꾹돈과 절개를 바꾸어서야 되겠는가?

다시 4월은 다가오고 그들 중 누구를 지역 일꾼으로 새로이 맞이해야하는 엄중한 시간 속에 민초들의 마음은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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