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혼획금지법 한계 첫 인정사례, 개정 절실"

 

"멸치 잡으러 가서 띠포리(밴댕이) 잡는게 뭐가 좋습니까. 정말 어쩔 수 없이 잡히는 띠포리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법이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멸치권현망 어업인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던 수산물 혼획금지 법률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법원의 파격적인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통영지원(판사 주은영)은 수산법업 위반으로 기소된 멸치권현망 선경호 선단 어로장 A씨와 선주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월 선경호가 허가를 받은 멸치가 아닌 밴댕이(띠포리)를 포획했다며 기소, 건조 밴댕이 70여 발을 증거로 제출했다.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적발 당시 선경호 선단이 포획해 건조중인 총 723발을 확인, 7~10% 정도인 70여 발의 밴댕이가 같이 건조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재판부는 "조업 시 수많은 멸치들 중 밴댕이의 몸집이나 비늘, 몸색깔 등이 비슷해 구분하기 힘들고 그물을 걷어 올리는 즉시 가공 및 운반 겸용선으로 옮기는데 그 전에 선원들의 작업으로 밴댕이만 분리 방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세목망으로 조업 시 큰 어종이나 멸치를 먹이로 하는 어종이 일정 비율 함께 포획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선경호의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멸치권현망 업계에서는 불가피하게 발생한 조금의 혼획도 인정하지 않는 수산업법의 현실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시행중인 수산업법상 멸치권현망어업은 2척의 동력어선을 이용, 어법에 맞는 세목망을 사용해 멸치를 포획해야하지만 이 과정에서 멸치이외의 다른 어종은 단 1마리도 포획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멸치권현망 어업인들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전락, 조업정지 등의 강한 행정처분까지 더해져 어업인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이에 해수부는 뒤늦게 법 재개정에 나서 자연 혼획을 허용하며 혼획된 어획물을 팔 수 없도록 명시하는 혼획 규정 완화를 추진했으나 연안어선업계의 예상치 못한 반대로 멈췄다.

연안어선업계는 권현망 대형 어선의 남획이 보장되면 연안 어장의 황폐화로 이어져 고기 씨가 마른다고 주장하며 혼획 허용을 결사반대해왔다.

혼획을 두고 벌어져온 오랜 갈등은 이번 판결로 인해 '혼획금지법률'의 현실적 한계가 재조명되며 해수부는 멈췄던 법 개정을 시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멸치권현망 어업인들은 "정말 그동안 혼획금지법률의 비현실성 때문에 많은 권현망 어업인들이 피해를 봤다. 상식적으로 어업인들 입장에서도 밴댕이를 잡기보다는 멸치를 잡는 것이 훨씬 좋다. 잡고 싶어서 잡는 사람이 어딨겠냐"고 말하며 그동안의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현행 수산업법은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밴댕이는 최근 kg당 3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며 수입산 밴댕이가 판을 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밴댕이 구입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수산업법이 조업하는 어업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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