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현판 해설서 발간…통영사연구회 이충실 연구원

“2012년부터 5년 동안 세병관, 충렬사를 수 천 번 오르내렸다. 신발 굽이 닳고 닳아 밑창이 드러나도 상관없었다. 삼도수군통제영 위대한 기록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세병관은 나를 자꾸 그곳으로 이끌었다”

통영 역사와 짙은 사랑에 빠져 책까지 발간한 통영사연구회 이충실 연구원을 만났다.

창원에서 사업을 하다 IMF로 인해 2005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충실 연구원은 세병관에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이충실 연구원은 “통영은 통제영이 설치된 이후 그와 관련한 많은 역사자료가 남아있는 곳으로 삼도수군통제사들의 삶의 지혜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세병관이다.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기록문화가 현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고, 현판에 쓰여 있는 글자를 해독해 보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바로 실천해야 하는 법. 이충실 연구원은 2012년 5월부터 세병관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현판에 쓰인 글자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법원사무직이 되기 위해 법전공부를 했던 터라 한자를 읽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한자를 해석하는 것이 난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물러 설 수 없었던 이충실 연구원은 지리산 청학동을 찾아가 맑은 자연 속에서 6개월간 한학을 배우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 후 현판 앞에서 오랜 시간 외로운 사투가 시작됐다. 여름에는 땀 흘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맞서며 해석 작업에 돌입했다. 현판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판독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으나 누구의 지원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꿋꿋하게 나아갔다. 그 결과 세병관 좌목에 기록된 글들을 모아 만든 해설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충실 연구원은 “이 책에는 세병관 좌목에 통제사를 비롯 휘하 막료장수와 지휘관도 기록돼 있어 통제영의 중요한 기록유산으로 그 가치는 대단히 크다. 300여 년이 지난 현판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140년이 된 현판까지 모두 43개의 현판에 기록돼 있는 그 시대의 무장들의 인명을 판독한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한자와 한글을 병행해 기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라는 것은 오늘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기에 이와 같은 기록유산을 쉽게 풀이해 다음 세대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래에 세병관이나 충렬사나 제승당이 유네스코에 등재가 된다면 번역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그때 이 책이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역사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책 발간 후에도 역사를 위한 사랑은 변함없이 계속 되고 있다. 통영의 방대한 역사 자료 보존을 위해 이번에는 통제사 비석을 해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통제사 비석 총 121기를 파악, 세병관 비석 해석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통영을 거쳐간 187대 신관호 통제사는 대단한 문장가로 문물을 겸전한 통제사다. 신관호 통제사의 문집 2권을 구해왔는데 이 중에서 통영에 관한 것, 통영에서 쓴 시 52편과 일대기를 책으로 묶어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나에게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집필을 통해 통제사들과 그 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막료장수들의 업적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충실 연구원은 “통영에는 숨어있는 역사들이 많다. 이러한 사실들은 통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알려져야 할 유산이다. 통영시민들은 물론 통제사 및 막료장수 집안의 후손들,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 특히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타지에 나가 계신 출향인 분들이 통영역사에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원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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