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길고양이 보호해야”↔ 관리소 “반대 민원도 많아”
통영 내 길고양이 매년 급증, 고양이쉼터‧급식소 등 전무

길고양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고양이들을 두고 곳곳에 갈등이 빚어지는데 이는 더 이상 타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200세대가 모여 살고 있는 통영의 한 아파트 단지, 최근 이곳에서는 길고양이를 두고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했다.

문제는 지난 몇 년간 표면적인 갈등 없이 균형을 유지하던 길고양이 문제가 1년 전부터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준비한 사료와 물을 치우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최근 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의 인기가 급증, 동물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함께 높아지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각종 SNS나 유튜브에서는 길고양이를 관찰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영상이나 사진이 인기 컨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이제 ‘캣맘’, ‘캣대디’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지만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통영에서 수년째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 아파트 주민 A씨는 70여 마리의 길고양이의 식사를 책임지는 캣맘이다.

관내 곳곳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한 활동을 해온 그녀는 많은 고충을 겪어왔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본인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길고양이들을 위해 애써 준비해둔 것이 말없이 사라질 때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길고양이를 위해 사료와 물을 몇몇 장소에 놔두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일 없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대부분의 캣맘, 캣대디들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싸움이 커질 것 같았고 혹여나 고양이들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없어지면 묵묵히 다시 갖다 뒀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소리높였다.

A씨는 캣맘으로서의 고충을 설명하며 “대부분의 캣맘, 캣대디들은 ‘이곳에서 밥을 주지 마라’ ‘아예 집에 데려가서 키워라’는 말을 수차례 듣는다. 우리도 같은 아파트의 주민인데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취재결과 길고양이 보호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 및 일반 쓰레기봉투 훼손’과 ‘차량 및 각종 시설 피해’, ‘소음 및 위생문제’ 등이다.

A씨는 “길고양이들에게 적절한 위치에 안전한 보금자리와 사료, 물을 제공한다면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를 훼손하지 않고 차량 밑이나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야생동물 학자의 연구결과 한 지역의 길고양이를 전부 잡아다가 안락사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다 해도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가 되지않는다.

오히려 영역을 중시하는 고양이들은 한 지역의 고양이들이 제거되면 다른 영역에서 넘어온 고양이들이 번식을 시작, 개체 수가 더 늘어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A씨를 비롯한 단지 내 캣맘, 캣대디들은 반대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최대한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사료와 물을 제공하고 그럼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밥자리를 옮긴다.

관리사무소 측은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질적인 민원 자체가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매일 순찰하며 치울 수밖에 없어 많이 곤란한 상황”고 답했다.

현재 통영시는 동물복지계를 신설하며 적극적인 동물보호에 나섰지만 아직 길고양이 개체 수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또 지난 2018년부터 중성화수술제도(TNR)를 도입했으나 현행법상 길고양이는 구조 보호 대상이 아니기에 주민들의 신고 없이는 이조차 불가능하다.

가로수나 전봇대도 지자체의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흔히 보이는 길고양이는 관리대상이 아니다.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 해결을 위해 타 도시에서는 지자체가 장소를 지정하거나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 공식적인 고양이 쉼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하는 등 길고양이와의 구체적인 공생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통영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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