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신시장 50년 터주대감 서봉연 할머니와 정용선·이봉립·박춘자 할머니

서봉연 할머니와 정용선·이봉립·박춘자 할머니(오른쪽부터)

북신시장 할매 4인방을 만나다

“북신시장에서만 장사를 50년 했지, 남편을 일찍 잃고 혼자서 자식 키우느라 진짜 욕봤다. 그래도 시장 올 때마다 우리 할매들이랑 같이 세월 보내는 게 낙이다. 얘기하다보면 하루 금방간다”

북신시장에서 참기름, 콩, 보리, 질금 등을 50년간 팔아온 서봉연(84)할머니.

그녀는 스무 세살에 통영사나이와 결혼했지만 9년 만에 사별했다. 혼자서 자식 넷을 키우다가 자식 하나는 남편을 따라 일찍 하늘로 갔다.

서봉연 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던 도중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바나나 한 송이를 건네며 “어머니들 바나나 좀 잡수세요”하고 훈훈한 장면을 보이곤 곧바로 뒤돌아 가던 길 간다.

옆에서 서봉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왕 언니 정용선(91), 이봉립(85), 박춘자(81)할머니가 “봉연이 할매 진짜 고생 많이 했다”하고 입을 모은다.

북신시장 50년 터주대감 서봉연 할머니

따뜻한 화롯불 하나에 의지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북신시장 할머니 4인방은 “근데 곧 코앞이 명절인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 시장을 안 오고 다 큰 마트에 간다. 통영 경기가 얼어붙었다. 얼어붙었어”하는 할머니들의 얼굴 주름이 더욱 깊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나이 먹고 집 밖에 나와서 서로 얼굴보고 고구마, 바나나 나눠먹고 한다고 괜찮은데, 한창 자식들 키워야 하는 젊은 상인들은 아마 죽지 못해 살고 있을 끼라. 언제쯤 경기가 좋아지긋노”하며 걱정이다.

그래도 할머니 4인방의 얼굴엔 연신 웃음이 가득이다. “할머니, 인터뷰 하는 동안 계속 얼굴이 밝으신데요?”물으니 “그럼 울까?” 왕 언니 정용선 할머니 한마디에 또 박장대소다.

“경기가 힘들어도 이렇게 할매들 다 같이 화롯불 피워놓고 시간 보낼 수 있는게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설 앞두고 자식들이 손자 손녀들 데리고 온다고 하던데 손주들 용돈 줄려면 참기름 많이 팔아야 한다. 시장에 사람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젊은이들이 궁리를 잘 해야 된다”고 조언도 하는 할머니 4인방.

“그래도 저렇게 뭐 돌리는 것도 하고, 노래도 나오고 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는 하는 갑다. 평소에도 시장답게 시끌시끌하고 사람도 바글바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한다.

북신동에서 태어나, 북신동에서 자랐고, 통영 사나이들과 결혼해 자식들을 키워온 할머니 4인방은 “북신동에서 태어나서 북신동에서 이렇게 함께 늙어간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렇게 할매들 모여서 재밌는 시간 보낼끼다. 할매들 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하며 주름 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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