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노부부, 입원치료 추후 새로운 보금자리도 확보돼
100마리 강아지, 입양 외 방안 없어…“1달 이후 안락사”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던 산양 노부부와 100마리 강아지 동거 이야기. 산양읍 한 야산에 위치한 쓰러져가는 농가에서는 노부부와 100여 마리의 개가 동거하고 있었다.

이토록 위험한 동거가 알려진 것은 한 제보전화로 시작됐다. 지난달 박창용 애견협회 통영지회장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제보자는 “노부부가 키우는 개가 한 200마리에서 500마리 정도 있다는데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조금 도와줬으면 합니다”라고 전달, 약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보했다.

이에 애견협회는 사료를 챙겨 즉시 현장을 방문했지만 현장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박창용 지회장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개를 200마리 이상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우려는 하고 방문했지만 상황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를 그동안 몰랐다는 죄책감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웠습니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갔을 때 100여 마리의 강아지가 일제히 짖어댔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도 수십 마리가 있었습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건물 입구부터 심한 악취가 풍겨오고 있어서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온통 오물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을 보니 노부부의 건강 상태도 매우 걱정스러웠습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노부부는 그 와중에도 강아지들을 위해 매일 아침 중앙시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얻어 죽을 쒀 먹이고 있었습니다. 마리수도 많아 양도 많아야했고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도울 수 없었고 할아버지 혼자서 3시간에 걸쳐 먹이를 운반해 제공했습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지회장은 100여 마리의 강아지가 동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노부부와 많은 대화를 나눠보니 사실 노부부는 강아지 2마리를 키웠습니다. 중성화 조치가 되지 않았던 강아지들이 번식을 시작, 한 마리 두 마리씩 늘어난 2세대 강아지들이 또 번식하며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시보호소와 현장에 찾아가 만난 강아지들은 5~7kg대의 크기에 모두 흡사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이에 애견협회는 통영시와 산양읍에 상황을 전달했고 농축산과 전 직원들과 산양읍 직원들은 즉시 조치에 나섰다.

산양읍은 무엇보다도 노부부의 심각한 건강상태를 우려, 적십자 병원으로 긴급 호송해 노부부의 건강상태 검사를 진행했다.

병원 진단 결과 건강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특히 할머니의 경우 탈장은 물론 신장에도 이상이 있어 온몸이 부어오른 상태였다.

또한 노부부를 위한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했다. 도천 임대아파트에 보금자리를 확보, 노부부는 끔찍했던 이전 거주지를 벗어나게 됐다.

통영시 농축산과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날 농축산과 전 직원들은 현장에 있는 50여 마리의 강아지를 포획,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 마련된 임시보호소로 옮겨졌다.

현재 산양읍 현장에는 아직 40여 마리 이상의 강아지가 남아있다.

특히 농축산과 내에 새롭게 신설된 반려동물복지팀은 구조된 100여 마리의 강아지를 위해 보호케이지 50여 개와 사료를 제공, 추후 중성화 수술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애견협회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다행히 노부부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100여 마리의 강아지도 다양한 검사와 중성화 수술을 받게 됐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구조된 강아지들을 임시보호소에서 보호가 가능한 기간은 1달로 이 기간이 지날 경우 별다른 방안이 없는 이상 안락사하게 된다.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나 믹스견은 선호도가 낮아 이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통영시는 올해 반려동물복지팀의 신설, 이번 사건에 신속한 조치를 취했으나 유기동물보호소, 동물관리인력, 입양홍보시스템 등 후속조치 시스템이 없어 구조 이후 관리가 어렵다.

성재윤 통영시반려동물복지팀장은 “구조는 그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된다. 구조된 강아지의 임시보호소 확보조차 쉽지 않다. 1달여 기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홍보와 입양이 필요하다”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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