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

스펙 쌓기에 내몰린 ‘호모 스펙타쿠스’

취업을 포기하고도 부모님께 취업 준비 중이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아가리 취준생’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비계인(비정규직·계약직·인턴)’에 머물지 모른다는 상실감에 젖은 이 시대 청년(만 18-39세)을 대변하는 슬픈 표현들이다.

4월 10일 발표된 3월 고용동향이 이 같은 엄중한 현실을 웅변한다.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8%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얼핏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전 연령 신규 취업자도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20만 명대를 기록하고 고용률은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민낯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청년의 실업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알바 한 시간이라도 더 하고 싶은 ‘잠재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이 90년 전 미국 대공황에서나 봤던 25.1%를 기록하면서다. 체감 실업률 반영을 위해 2015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치다.

기회만 있다면 일하겠다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해도 청년 4명 중 1명은 취업자의 기준인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고 싶어도 “오라”는 곳을 찾지 못해 기약 없이 입사 준비를 한다.

통영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통영시 청년인구가 올 3월 현재 3만1천778명. 통영시 전체인구의 23.9% 차지한다. 지난달 거주 청년 302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통영시를 떠나고 싶다는 충격적인 답변이 나왔다. 첫 번째 이유로 일자리 때문으로 손꼽았다. 구직활동에서 느끼는 어려움 역시 1위가 일자리 부족, 2위 과도한 스펙경쟁이었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들이 재정을 쏟아 부어 각종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원이 끊기면 일자리도 바로 끊기는 형국이다. 이런 일자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뉴욕대 교수가 지적한 ‘일자리인 척하는 (가짜) 일자리’에 불과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스스로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이 고용참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각종 기업들에게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기를 살리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통영청년들이 절실하다고 답한 일자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청년수당 지급, 그리고 보증금·전월세 지원하는 주거정책 등 진짜 청년 일자리를 찾아주는 장기비전을 통영시가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정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수다.

청년이 떠난 도시는 미래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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