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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04 - 두개골이 들려주는 이야기

나 옛날 옛적 살던 사람이오

당신들은 내가 살던 때를

신석기라 하더구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누가 좀 말해주오

컴컴한 어둠은 싫은데

 

나 살던 곳은

따뜻한 바다 마을

 

사철 먹을 거 구하기 어렵지 않아

그래도 맛나고 귀한 건 물 속에 많았지

 

조개 미역에 다시마 톳에 몰 청각에

뽈래기에 감시에 대구에 호래기에

 

그래도 젤 좋은 건 더 깊은 물 속

해삼에 전복에 성게에

 

아침 먹고 자맥질

점심 먹고 자맥질

물 속이 내 세상인 듯

물 밖이 낯설기도 했다오

 

어느새 귀 뒤쪽이 볼록 솟아

잠수병 흔적이라 부른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부지런히 캐어다

햇발에 잘 말려두면

 

배 잘 젓는 큰아들놈

바다 건너 싣고 가서

귀한 물건 싣고 오지

 

반질반질 윤기 나는 검은 돌

딸 아이와 마누라 목걸이도 해주고

발찌 팔찌도 해주고

 

뾰족하니 갈아 작살 날 만들어

크고 작은 물고기 잡아 밥상이 풍성했지

 

맑은 날 뒷산 높이 오르면

까마득히 보이는 곳

바다 건너 사람들 참 순하다 하던데

 

멀미라고는 모르는 씩씩한 둘째 딸

기어코 제 오라비 따라

바다 건너 다녀오더니

 

눈매가 선하네 말씨가 부드럽네

힘 좋고 뚝심 좋네

화합할 줄 안다네 칭찬 늘어놓았더니

 

잠잠히 듣고 있던 울 어머니

옛날얘기 들려주었네

할머니의 할머니가 들려주셨다는 얘기

 

힘 좋고 성실한 우리 마을

다섯 가족이 힘을 모아

바다 건너로 떠나갔다네

 

물속으로 산꼭대기로 오르내리던 사내

눈이 그렇게 맑고 힘찼다는데

물질을 기막히게 했다는 아낙

언제나 나란히 바다 건너 바라보았다는데

 

동남쪽 먼바다에 먹구름 몰려오면

온 동리 사람들 고개 내밀어

바다 건너 걱정 했다네

 

이 말 듣던 딸 아이

슬며시 몽돌 하나 내어놓았네

 

우리 동네 바닷가에서 늘 보던

동글동글 찰지고 단단한

주먹만한 몽돌 하나

 

바다 건너 사람들

할머니의 할머니가 내려주신

고향의 돌 고이 품어 간직한 돌

 

그날밤 온 동네 사람들 잔치를 벌였네

 

니 것 내 것 구별 없이

산해진미 차려 놓고

춤추고 노래하며 감사기도 절로 났네

 

나는 그런 동네에 살았네

 

자 내 얘기 마쳤으니

당신들 얘기 들어봅시다

 

저자주. 연대도 패총에서 출토된 사람의 두개골 사진입니다. 실물은 진주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통영시립박물관에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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