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 소장, 시민기자>

제가 지은 동화 한 편 소개합니다. 열 살 안된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아합니다.

 

저기 통영 용남면에 가면 삼봉산이라고 있는데, 혹시 들어봤니? 삼봉산은 봉우리가 세 개라서 삼봉산이지. 그러면 용남면은 무슨 뜻일까? 용의 남쪽이란 뜻이지. 왜 용의 남쪽이냐고? 바로 삼봉산에 청룡 한 마리가 살았었기 때문이지. 정말이냐고? 잘 들어봐.

 

옛날에 삼봉산에 청룡 한 마리가 살았었어. 통영하고 거제도하고 사이에 있는 긴 바다를 견내량 바다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잘피라는 물풀들이 많이 있어서, 물고기들도 많거든. 청룡은 그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살았어.

 

그런데,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에는 청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사람들이 볼 수 있었어. 삼봉산 아랫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청룡이 자기들을 헤치기라도 할까봐 무서웠지. 그래서 그때 통영에서 군대를 지휘하고 있던 이순신 장군을 찾아가서 부탁을 했지. “장군님, 저희는 청룡이 무서워요. 청룡을 무찔러주세요.”

 

이순신 장군은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듣고 청룡을 만나러 삼봉산으로 찾아갔어. 이순신 장군이 물었지. “왜 사람들을 자꾸 무섭게 하느냐?” 그러자 청룡이 대답했어. “저는 사람들을 무섭게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바닷물고기를 잡아먹고 삽니다. 제가 뭣하러 사람들을 헤치겠습니까?”

 

그러자 이순신 장군이 물었어. “그러면 왜, 천둥이 칠 때마다 하늘을 날아다니느냐?” 이 질문을 듣고 청룡이 대답했어. “제가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가기만 하면 저는 그곳에서 하늘님의 신하로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몸이 무거워서 하늘을 날기가 쉽지 않고, 비가 오고 천둥이 칠 때는 쉽게 날 수 있어서, 그럴 때만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이순신 장군이 잠시 생각에 잠겼어.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내가 머지않아 이 견내량 바다에서 일본과 전투를 벌일 것이다. 그때 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네가 하늘 높이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도와주겠느냐?” 그러자 청룡이 말했어. “그야 쉽지요.”

 

1592년 7월 8일, 삼봉산 앞 견내량 바다에서 한산대첩이 벌어졌어.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을 크게 무찔렀고, 삼봉산에 살던 청룡도 불을 내뿜어 일본 배를 불태우면서 장군을 도왔어. 그리고 며칠 후 약속대로 이순신 장군이 다시 삼봉산의 청룡을 찾아가선 이렇게 말했어. “한산대첩 때 도와줘서 고맙네. 약속대로 하늘로 날아갈 방법을 알려주겠네. 자네 혹시 입 안에 여의주 두 개를 물고 있지 않나?”

 

청룡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여의주는 마법의 구슬이거든. “맞습니다. 저희 청룡들이 힘을 쓰려면 이 여의주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자 이순신 장군이 말했어. “여의주가 꼭 필요하긴 하지만, 하나만 있으면 된다네. 자네가 욕심을 부려서 두 개를 물고 있으니, 무거워서 하늘 높이 못 나는 게야.” 이 말을 듣자마자 청룡은 여의주 두 개 중 하나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는 즉시 하늘로 올라갔어. 마치 번개처럼 말이야. 그리고는 다시 번개처럼 내려와서 이순신 장군에게 말했어. “감사합니다. 남은 여의주 한 개는 장군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여의주는 마법 구슬이야. 여의주만 있으면 깊은 병도 모두 고칠 수 있고, 오랫동안 살 수 있어. 역사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모두 물리치던 날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나와 있어.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이순신 장군은 지금도 삼봉산 깊은 산 속에 여의주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 혼자 죽지 않고 살아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서 귀찮게 할까봐, 일본군을 모두 물리치던 날, 자신이 총에 맞았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부하 장수들에게 부탁을 했지. 그리고는 혼자 조용히 삼봉산으로 사라진 거야. 실제로 이순신 장군의 시신(죽은 몸)은 누구도 찾지 못했다고 해.

 

그럼 나는 이순신 장군이 삼봉산에 사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 정성을 다해서 기도한 다음 삼봉산에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이 만나주시거든. 나는 그렇게 해서 딱 한번 뵌 적이 있고, 그때 이 이야기를 들었어. 니들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착한 일을 하면서 살아봐. 언젠가 삼봉산에 가면 이순신 장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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