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해수산연구소 이희중 해양수산연구사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삼아 방문한 바다! 때 마침 물이 빠지는 썰물 때에 맞춰 그 동안 바닷물 속에 감추어 졌던 신비한 조간대 생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 바위들은 바위색이 아닌 녹색 옷을 입은듯하게 해조류가 덥혀 있고,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바위 표면에 나있는 구멍구멍마다 작은 고둥들이 속속히 박혀있다.

자그마한 바위를 뒤집어 보기라도 하면 바위 밑에는 중고등학교 생물책에서 본 듯한 화석 같은 ‘군부’와 온갖 종류의 고둥, 게들이 숨바꼭질 하다 술래에게 걸려 도망치듯 이리저리 모래 속으로, 바위 틈 사이로 도망가 숨기 바쁘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한 종류의 생물이 있었으니 이는 겉모습은 딱딱한 돌 껍질이 ‘똥’, ‘뱀’처럼 돌돌 말려있으며 입구를 보면 죽은 건지 살아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생물이 있다.

이 생물체는 무엇일까? 이름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생물체는 바로 똥도 아니고, 갯지렁이도 아닌 ‘큰뱀고둥’이라고 하는 연체동물이다 (그림 1).

큰뱀고둥의 외형적 모습<출처> 깅이와 바당 www.jejutidepool.com 임형욱 제공

일반적으로 우리는 ‘고둥’이라고 하면 바위에 붙어있는 뚜껑이 달려있는 생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큰뱀고둥’은 일반적인 고둥의 상식을 뒤집어 버린다.

‘큰뱀고둥’은 연체동물문(Phylum MOLLUSCA), 복족강(Class GASTROPODA), 총알고둥목(Order LITTORINIMORPHA), 뱀고둥과(Family VERMETIDAE)에 속하는 고둥류이다.

‘큰뱀고둥’은 바위에 붙어 자라나는 특징 때문에 우리들은 처음부터 돌과 몸이 한 몸이었던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큰뱀고둥’의 외형을 통해 예상 할 수 있듯이 ‘큰뱀고둥’은 다른 고둥류처럼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도 없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그렇지 않다. 각 종마다 각기 다른 환경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도 먹이를 먹고 생존하고 있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다음세대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즉 아주 살아가기에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큰뱀고둥’은 과연 어떻게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잠시만 지켜보면 이들의 왕성한 먹이활동과 먹이양에 놀랄 것이다.

큰뱀고둥은 밀물 때가 되어 물에 잠기게 되면 단백질형태의 점액질을 분비하는데 마치 거미줄처럼 길게 분비한다(그림 2).

큰뱀고둥 입에서 분비되고 있는 단백질 형태의 분비물<출처> 깅이와 바당 www.jejutidepool.com 임형욱 제공

‘큰뱀고둥’이 서식하는 주변에 바닷물이 움직이면서 큰뱀고둥이 분비한 거미줄과 같은 그물에 식물플랑크톤을 비롯하여 동물플랑크톤, 유기물 등 다양한 먹이생물들이 걸리게 된다(그림 3).

큰뱀고둥의 분비물에 걸려든 유기생물체의 모습<출처> 깅이와 바당 www.jejutidepool.com 임형욱 제공

이후 큰뱀고둥은 분비한 거미줄과 같은 먹이그물을 입으로 조금씩 당기면서 그물에 걸려들었던 먹이생물들은 섭이하는 것이다.

제대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하던 우리의 걱정은 이 모습을 관찰해보면 바로 사라진다.

단순히 우리들이 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큰뱀고둥은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조간대 생물은 아니지만 우리가 관심을 같고 찾아본다면 암반조간대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생물이다.

큰뱀고둥은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끄는 생물은 아니지만 큰뱀고둥의 습성을 이해하고 관찰해본다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해양생물임은 틀림없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암반조간대를 찾아 큰뱀고둥을 한번 찾아보고 관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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