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연기어촌계 견내량 돌미역 채취 개시
전통조업방식 고수…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 앞둬

“올해는 미역이 참 좋다. 시기도 좋았고 물살도 좋아가 작년보다 훨씬 낫지. 요즘은 소문이 났는지 주문도 많다. 우리 동네 미역은 전국 최고다”

5월의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통영의 용남면 작은 바닷가 마을인 연기마을이 복작복작해진다.

이 시기가 되면 마을 전체가 검은 커튼을 친다. 견내량의 자랑인 미역이다.

7일 찾아간 연기마을에는 길이가 길고 맛 좋기로 유명한 견내량 미역이 마을 해안선을 타고 설치된 긴 밧줄에서 따뜻한 봄 햇살 맞으며 말려지고 있다.

알록달록한 작업복과 모자를 챙겨 입은 마을 주민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미역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 마을의 가장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는 바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통영 내 거의 유일하게 굴 양식을 하지 않는 마을인 연기마을은 평소에는 조용한 바다지만 5월이 되면 수십 척의 작은 배들이 떠있다.

옹기종기 모여 조업하는 어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본인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장관이다.

특히 연기마을은 미역채취 시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그 가치가 남다르다. 7~8미터 길이의 나무 장대 끝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그 곳에 십자가 형태로 짧은 나무를 꽂는다.

또 반대편 끝에는 장대를 회전시킬 수 있도록 휘어진 나무를 꽂아 손잡이로 사용하게 된다.

함께 배에 오른 어민은 힘차게 장대를 바다 속으로 밀어 넣으며 “이게 쉽지가 않다. 이 장대만 해도 무게가 엄청나다. 물속에서 열심히 돌려야 하는데 이거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다.

실제로 직접 들어본 장대는 무게뿐만 아니라 그 길이가 워낙 길어 다루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 물살이 거세다보니 배가 거칠게 흔들려 균형 잡기는 물론 바닥에 깔린 미역 덕분에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다.

그런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편안한 표정으로 배 끝에 올라선 그는 말없이 장대를 바다에 넣어 20~30번 정도를 돌린 후 뭔가 걸린 듯 긴 장대를 끌어올린다.

장대 끝에는 엄청난 양의 미역이 감겨 있었다. 그 무게가 상당해보였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어민들은 한번 나가면 평균적으로 30~40kg을 채취한다. 물때에 맞게 3번 정도 바다로 나가게 되고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에는 체력만 받쳐주면 하루 종일 작업에 임한다.

그는 “아 진짜 올해 미역이 좋습니다. 원래 유명하지만 올해는 그 수준이 아닙니다. 정말로 좋아요. 색깔이며 길이며 최상급입니다. 작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어 “시작 시기도 좋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미역이 과도한 성장을 해 털이 나고 질겨져 맛이 없는데 이번에는 아예 그런 미역이 없습니다. 딱 좋습니다”라고 미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왕의 미역’ 견내량 미역은 연기마을에서 연 평균 4톤 정도의 미역이 생산,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단골 고객은 물론 최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규 고객이 늘고 있다.

이토록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견내량 미역은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됐던 미역으로 유명,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등장하는 명품으로 미역국을 반복해 끓여도 퍼지지 않고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이에 연기마을 주민들은 견내량 미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미역을 지키고자 하는 자성적 보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한 때 배에 장대를 걸어 바닥에 닿게 한 후 배가 휘저으며 긁어 올리는 방식으로 엄청난 양을 뽑아냈다.

그 영향으로 지난 2010~2011년 생산량 0을 기록,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경남수산자원연구소와 합심, 어민들은 자성적으로 나무장대를 이용한 전통조업방식만을 사용하기로 결의해 견내량의 미역을 부활시켰다.

장동주 연기마을어촌계장은 “견내량 미역은 그 맛은 물론 역사도 깊다. 수백년을 지속해온 견내량 미역 채취는 우리 마을의 자랑이자 통영의 자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나무장대를 이용한 미역채취 방식이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성공적으로 등재시켜 통영 수산업의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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