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1948년부터 매년 5월이면 신나게 부르는 '어린이날 노래'다. 한국 동요의 아버지 윤석중 선생님의 노랫말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5월은 어린이의 달이요, 가족의 달이요, 스승의 달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이들을 향한 맑은 웃음이 쉴 새 없다.

지난 일요일 용남면 선촌마을 세자트라 숲에서는 개장 4주년을 맞아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울창창하였다. 가슴 설레는 신록 가운데 응석받이는 없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를 체험하는 부스마다 동생들을 데리고 놀면서 온몸으로 공부하는 중고등 학생들의 땀방울이 아침 이슬처럼 싱그러웠다. 5월의 아이들과 함께 '일회용품 없는 세상을 꿈꾸는' 축제였다. 아롱이다롱이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또박또박 '꿈'을 이야기했다.

"'가르치지 않는 학교' 시간에 고래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고래는 사람만큼 똑똑하고 150년 이상 사는 동물이래요. / 그런데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 고래가 죽어가고 있대요 / 우리 때문에 귀여운 고래 친구가 쓰레기를 먹고 죽어간다는 것이 너무 놀랐고 슬펐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고래 친구들을 위해서 가르치지 않는 학교 시간에 세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꾀꼬리 같았다.

"첫 번째 일회용 도시락과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겠습니다. / 두 번째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세 번째 과자를 사러 갈 때 가방을 꼭 챙겨서 비닐봉지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 그런데 우리들 힘만으로는 고래 친구들을 지키기 어려워요 / 우리가 커서도 깨끗한 바다에 사는 건강한 고래를 볼 수 있도록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함께해주세요"

5월의 아이들 부탁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통영 시장과 시의회 부의장을 시작으로 여러 단체 대표들이 '일회용품 없는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약속을 이어갔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예술가는 작품으로, 복지관에서는 차량 2부제로, 풀뿌리 시민단체는 텀블러 캠페인과 생활 속 실천으로, 환경운동 단체는 감시와 압력 활동으로. 반짝이는 수억의 나무 잎사귀에 약속이 새겨졌다. 나뭇잎들이 숨 쉬는 매 순간 녹음기처럼 재생될 것이다.

행사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텀블러를 미처 갖고 오지 못한 이들은 지역 화폐로 텀블러를 빌려야 했고, 꿀빵은 비닐이 아닌 뻥 과자로 받아먹었다.

개인이 갖고 온 쓰레기들은 거대한 쓰레기통에 그려진 고래 입으로 투입하였다. 고래 뱃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쓰레기를 투명창을 통해 눈으로 확인한 아이들은, 엄지손가락에 파란 물감을 찍어 약속의 도장을 찍었다. 손도장으로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윤석중 선생님의 노랫말은 말한다. 푸르른 오월, 어린이가 자라는데 제일 필요한 것은, 용돈이나 선물이 아니다. 지나친 보살핌도 아니다. "푸른 하늘을 날으는 새들과 푸른 벌판을 달리는 냇물"이다. 고래가 숨 쉬는 맑은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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