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품에 안긴 미륵도는 통영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섬이다. 미르가 꿈틀대었고, 미르가 안식하고 있고, 약속이 이루어질 곳이다. 통영 사람은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미륵산에 고즈넉이 들앉은 미래사. 미래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사천왕문(四天王門)에 삼회도인문(三會度人門)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에 이어 다음번에 올 부처님이 미륵 부처님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용화수 아래에서 세 번 법회를 열어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미르산이 미륵산이 되었다.

삼세번은 항상 좋다. 세 번이면 아무리 어리석은 중생도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을 테니까.

삼세번이면 나라를 구할 영웅이 탄생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선조는 이순신 장군을 전라좌수사에 전격 임명하였다. 비변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무리한 국정 운영이었다. 종6품 정읍 현감으로 있던 이순신을 종4품 진도군수로 임명하고, 다시 종3품 가리포첨절제사로 임명한 다음, 다시 정3품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하였다. 세 번 다 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려진 전교였다.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을 물리쳤던 선조 임금의 대반전, 신의 한 수였다. 임진왜란을 넘어 세계사를 바꿔놓은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선조의 3단 파격은 숙종에 의해 재현된다. 바로 미륵도를 둘러싼 이야기다. 숙종이 아끼는 후궁에게 선물로 미륵도를 하사하였다. 궁녀의 권세를 믿은 관리가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이곳 미륵도 백성들의 삶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영남지방을 암행했던 수의어사 이관명이 이 사실을 숙종에게 고했고, 숙종은 노발대발했다. "짐이 이 나라의 주인인데 작은 섬 하나를 후궁에게 준 것이 무슨 그리 큰 잘못이냐?" 하지만 이관명은 물러서지 않았다. "전하의 잘못된 어명으로 인해 통영 백성들이 도탄(塗炭)에 빠졌는데 대신(大臣)들은 누구 하나 따지고 바로잡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직언하지 못한 대신들을 국법으로 엄하게 다스려 주시옵소서!"

분기탱천한 숙종이 승지를 불러 전교를 받아적으라 고함쳤다. "이관명을 부제학에 명한다." 모두 어리둥절한 가운데 숙종은 또다시 말한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한다." 곧이어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호조참판을 제수한다."는 명을 내렸다.

목숨을 걸고 직언하는 신하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중용함으로써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신묘한 한 수였다. 덕분에 미륵도 백성들의 삶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던 호조참판은 그날로 자리를 잃고 말았다. 백성의 곤궁함을 헤아리지 못하면 관료도, 절대권력자도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그날 숙종의 소회를 숙종실록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목숨을 내놓고 올바른 간을 하는 신하를 하나 얻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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