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7천톤급 자동차 운반선 신세리티 에이스호
화재車 3천대와 폐유 선적…황색폐기물 입항 불가
해양청 “무허가…법적 대응”, 통영해경 수사 착수

안정항에 불법 입항한 불탄 화물선 신세리티 에이스호 (사진 독자제공)

‘황색 폐기물’로 분류돼 국가 간 이동이 엄격히 제한된 불탄 승용차 3000여 대와 다량의 폐유를 실은 대형 화물선이 남해안을 떠돌다 최근 통영에 무단 입항, 통영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세관 등 관계 기관은 선박법 위반 등 명백한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선주 측은 긴급구난 조처라며 맞서고 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과 통영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5만 7000t급 자동차 운반선 ‘신세리티 에이스(SINCERITY ACE)’ 호가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입항했다.

최근 성동조선을 비롯 안정공단에 입주했던 중소 조선사들이 대부분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형 선박 접안이 가능한 안벽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를 틈타 무단으로 입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물선은 지난해 12월 31일 일본 요코하마를 떠나 미국으로 가던 중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선원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화물선에 실려 있던 닛산 자동차 3000여 대가 모두 불에 탔다.

이후 파나마 국적, 일본 선사가 운영하던 화물선 국적이 한국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선주와 선사, 화주 등에 대한 손해 배상이 끝나고 국제 중고 선박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 화물선을 국내 한 선사가 35억 원에 낙찰 받았다.

이후 지난 2월 우리 정부의 일본 영사관을 통해 선박의 임시 국적을 취득하고 5월 중순 우리 영해로 항해를 시작했다. 화재 당시 엔진까지 불에 타 자력 운항이 불가능해 예인선에 이끌려 온 화물선은 국내 정식 입항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화물선에 실린 불에 탄 자동차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OECD 국가들은 불탄 자동차를 국가 간 이동을 엄격히 규제하는 황색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폐타이어, 브레이크액, 부동액, 배터리 등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입, 반출을 위해선 양국 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에 선주측은 울산과 마산, 여수와 목포 입항을 시도했다 모두 무산되자 남해안을 전전하던 화물선은 최근 예인선 기름까지 떨어지자 해경에 긴급 구난을 요청하며 통영 안정국가산업단지에 무단 입항했다.

선사 측은 화물선을 수리해 재활용할 계획이지만 안정공단에는 불탄 자동차를 하역할 시설도 없어 당장 수리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100t 넘는 폐유까지 싣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차 오염도 우려된다.

세관 등 관계 기관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통영세관 관계자는 “선박에 실려 있는 폐자동차 등 각종 폐기물은 환경부 장관의 허가 없이는 국내 반입이나 수입 통관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점수한 해경은 이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미 한국국적 임시선박증서가 있어 입항 자체를 불법을 볼 순 없지만 개항장이 아닌 곳에 입항한 만큼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해경 관계자는 “불개항장에 입항 하려면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 또 현행 관세법에 의거해 폐기물인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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