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부활, ‘우리는 이렇게 살아났다’

 

1. 먹거리로 ‘식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단양구경시장’

2. 예술과 전통시장이 만든 관광명소 ‘대구방천시장’

3. 청년이 살려낸 기적의 시장 ‘전주남부시장’

4. 문화와의 융합, 지역의 중심지 ‘금산시네마켓 청년몰’

5. 전통시장 살아남기, 통영 전통시장의 미래는

 

작고 예쁜 도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충청북도 단양. 인구 3만의 단양군은 기적과도 같은 1천만 관광객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관광지가 됐다.

조금은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단양은 독특하게도 젊은 청춘들의 방문 비율이 높은 관광지다.

예로부터 단양은 8경이라고 손꼽히는 명소들과 대한민국 최대의 동굴이자 80년 대 수학여행의 필수코스인 고수동굴 등 명소가 즐비해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은 도시였다.

허나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과 ATV 등 각종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지이자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도락 여행’의 성지로 급부상하며 혼자 오는 욜로(YOLO)족 청춘들의 방문이 더 많다.

이와 같은 관광 트랜드 변화와 규모의 성장에도 예나 지금이나 단양의 중심은 전통시장 ‘단양구경시장’이다.

단양의 중심, 전통시장 ‘단양구경시장’

단양 구경구경(九景)으로 군민의 자존심

차를 타고 조금은 어색하다 싶을 정도로 정비가 잘된 4차선 도로를 지나다보면 오래된 명소인 ‘단양관광호텔’이 반겨준다.

그제 서야 단양에 들어왔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시속 40km도 빠르게 느껴질 만큼 한산한 거리를 달려 단양의 가장 번화한 중심지에 위치한 ‘단양구경시장’을 만났다.

‘단양구경시장’은 원래 ‘단양시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었다.

‘구경’은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보는 구경이 아니라 단양의 명물인 팔경(八景)에 이은 구경(九景)이라는 의미를 담은 뜻이다.

그 정도로 단양에서는 소중한 시장이자 역사와 전통이 담긴 장소다. 한 시장상인은 “단양군민들 중에 단양구경시장 밥 안 먹은 사람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조금만 단양을 돌다보면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군청과 보건소, 병원은 물론이거니와 숙박업소들까지 모든 시설이 구경시장을 중심으로 밀집돼있음을 알게 된다.

근처 숙박업소에 위치와 예약을 문의해도 “구경시장에서 몇 분정도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식가의 성지, 먹거리 시장의 가능성 제시

특산물 ‘마늘’ 요리 많아, 맛집 시장에 밀집

단양은 소백산을 끼고 있다 보니 영지버섯, 상황버섯 등 버섯이 유명하고 단양에서 나온 육쪽마늘은 그 맛이 너무나 뛰어나 단양 마늘하면 엄지가 척 올라온다.

또 인근에 한우로 유명한 횡성, 홍천이 있다 보니 특상급의 소고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토록 재료수급이 좋다보니 단양은 맛있는 먹거리가 정말 많은 도시다. 그 많은 먹거리는 전부 단양구경시장 안에 있다.

단양구경시장은 말 그대로 먹거리의 성지이자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다른 일반적인 시장들과 달리 즉석조리된 먹거리가 중심인 시장으로 시식을 하나씩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주로 마늘을 이용한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구경시장을 들어서면 맛있는 마늘 냄새가 가득해 허기질 때 방문한다면 정신이 혼미하다.

우선 가장 먼저 맞아주는 음식은 ‘마늘통닭’이다.

고소한 튀김 냄새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단양군민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 이 마성의 통닭은 마늘과 마늘쫑, 대파 등을 닭과 함께 튀겨낸다.

또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묵묵하게 골목을 손님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만두가게가 있다. 찹쌀로 만든 피에 마늘이 가득 들어있는 속재료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마늘만두’ 집은 온가족이 함께 경영하고 있다.

또 다른 골목에는 국내 3대 순대로 손꼽히는 ‘마늘순대’가 자리 잡고 있다. 충청도식 전통순대로 선지가 들어있어 깊은 맛이 나고 속속들이 박힌 마늘이 뒷맛을 잡아준다.

두툼하게 빚어 구워낸 ‘마늘 떡갈비’도 빼놓을 수가 없다. 좋은 고기와 단양의 마늘로 맛을 낸 떡갈비는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또 하나의 명물인 ‘흑마늘 닭강정’도 관광객들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이처럼 국내의 마늘 요리는 여기 다 모여 있다.

아울러 시장 후문 도로에는 단양의 유명한 음식인 ‘쏘가리 매운탕’을 하는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먹거리가 구경시장에 밀집돼있다 보니 단양구경시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각종 SNS나 언론을 통해 접하고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다’했던 매장은 방문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몰려드는 인파로 품절이 되는 경우가 많아 품절이라는 안내문구만 보고 허탕치고 올 확률이 높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돼야한다.

이토록 성공적인 시장으로 발돋움 했지만 단양구경시장이 처음부터 먹거리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잡곡과 채소 등의 농산물을 위주로 파는 전형적인 시장으로 특히 단양의 특산품인 육쪽마늘 판매가 주를 이뤘다.

단양에 대형마트가 없는 것도 호재였다.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다른 도시의 전통시장에 비해 상황은 조금 나았지만 몰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단양구경시장 상인들은 특산물인 ‘마늘’을 소재로 한 먹거리 발굴에 집중, ‘식도락 여행’ 열풍과 함께 폭풍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속되는 위기로 한 때 텅 비어있던 구경시장 점포는 현재 120여 개의 모든 점포가 영업 중이다.

 

전통시장의 ‘위생’ 문제, ‘질 높은 서비스’로 해결

대기자 알림 서비스, 오픈 주방 등으로 신뢰 높여

전통시장 기피에 대한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위생’이다. 아무래도 전통시장은 노후화 된 시설과 노상이라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단양구경시장은 확실한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질 높은 서비스’다.

단양구경시장에는 상인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훌륭한 음식과 더불어 각 매장별 체계화된 시스템이 존재했다.

또 소비자가 두 눈으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 주방이다 보니 주문을 하고 한참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위생’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조리하는 직원, 주문을 받는 직원, 청소하고 마무리 하는 직원들까지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은 프랜차이즈들의 시스템과 흡사했다.

더불어 밀려드는 주문에도 고객들은 매장 앞에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대기자 연락 시스템을 통해서 고객들은 주문을 접수한 후 편하게 시장을 돌아볼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 고객들은 전통시장에 있는 식당이 아닌 하나의 잘 정비된 식당으로 인지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온 김경범(35세)씨는 “사실 전통시장을 잘 찾는 편이 아니다. 간편하고 쾌적한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아무래도 위생적인 부분이 걱정되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이어 “먹거리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깔끔한 매장에서 식사를 즐겨왔다. 단양구경시장이 놀라웠던 부분은 전통시장임에도 각 매장 직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깨끗하고 숙련된 매뉴얼에 아무 거부감 없이 설레이며 음식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장을 돌며 여러 음식을 먹었다. 맛도 좋지만 가족단위의 고객은 물론 혼자 오는 고객들까지 생각한 메뉴구성에 더욱 만족했다. 올 여름 휴가에 단양 재방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고려중이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가족이 함께 하는 시장

전통과 현재의 공존, 변화에 대응 빨라

단양구경시장을 둘러보다보면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과 노련미 가득한 상인들이 함께 장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들과 아버지, 딸과 어머니가 함께 문을 열고 함께 문을 닫는다. 이는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증거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시장은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다.

한 때 많아졌던 청년몰도 문제가 많기는 매한가지다. 젊은 감성만으로 참여한 청년들은 책임감 없는 자세와 위기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공존은 전통시장의 약점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젊은 청년상인들은 홍보와 서비스, 위생에 대한 부분에 장점을 갖고 있다.

경험 많은 상인들은 매장 교유의 노하우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 ‘식도락 여행’ 이라는 변화의 트랜드를 잡은 것도 이들의 공존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 청년상인은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다. 패기 있게 내 주장대로 진행해 사업의 규모가 커지긴 했으나 문제가 발생한 적도 많다. 그때 마다 아버지의 노련함과 지혜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전통시장으로의 진입은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단양구경시장과 같은 성공적인 시장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미소지었다.

 

인구 3만의 단양, ‘단양구경시장’ 전통시장의 왕으로

단양군‧군민들 적극적인 지원, 축제‧공연‧주차시설 확보

단양구경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난 2018년 전통시장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과 행정자치부장관상, 충북우수시장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전통시장의 왕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 3만의 도시 단양에 1천만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를 만드는데 단양구경시장의 역할은 지대했다.구경시장의 먹거리를 시작으로 커피, 빵 등 다양한 메뉴까지 급부상하기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바야흐로 단양 전체가 ‘식도락’ 여행의 메카가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단양군과 군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다. 단양군은 구경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강변에 하상무료주차장, 구경시장주차장 등 주차시설을 마련해 편의를 더했다.

실제로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이유로 불편한 주차시설을 꼽는 소비자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이에 대응해 주차시설 확충에 앞장서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이에 반해 구경시장은 ‘차 못 세워서 쫓겨날’ 걱정은 없다. 관광객이 주로 몰리는 기간이 주말임에도 봉사자들은 주차 안내에 여념이 없었다.

단양군의 축제도 계속된다. 5월에 열리는 단양 소백산 철쭉제와 장미축제를 시작으로 7월에 단양마늘축제, 10월에는 단양 온달문화축제와 금수산 감골단풍축제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축제코스는 단양구경시장을 꼭 거쳐 가게 구성, 관광객들의 자연스런 방문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런 대형 축제 이외에도 매주 토요일이면 구경시장 후문에 조성된 ‘나루공연장’에서는 각종 문화공연이 이어진다.

난타,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노래자랑, 락밴드 공연, 연극 등 공연 구성도 다채로워 구경시장을 찾은 관광객들과 단양군민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단양군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전통시장들이 힘들어지며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단양군청과 군민들에게는 단양구경시장은 단양의 자랑이자 명소다. 우리가 사랑하는 시장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장으로 변모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원하고 도울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