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한 시인·시민기자

한산도 망산(293.4m)에 대한 초행기억은 10년도 아득히 멀다. 그 당시는 백두대간에 관심이 쏠린 터라 내키지 않은 걸음이었다, 처음부터 갈까 말까 망설이던 그 시절이었다. 한산면사무소에서 출발해서 한산 초·중학교 뒤편을 돌아올라 망산에서 종치고 하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망산에서 좌편으로 틀어 잡목림 수풀을 헤치면서 몇몇의 동행인은 불평불만이었다. 하소리로 통하는 개척 중이던 거친 산길은 한참 만에 끊기고 만 것이다. 일행은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해서 바로아래라고 판단한 도로변으로 무작정 하산하게 되는 데 그 수고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 탓에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산악회에서 망산 가자하면 꼬리를 내리는 일은 당연했다. 요번에는 통영정가(시조창)진흥회에서 요청이 왔다. 맨 마지막 신청자로 동행하게 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한산농협 카페리가 주최하는 ‘한산도 망산 등반축제’가 마음을 이끌었다. 6월 2일 한산농협 카페리(08:30, 약 25분소요)를 타고, 한산도행을 향하는 나의 마음한구석은 또 예전의 산행 기억을 떨칠 수 없었다.

이날의 산행은 한산도 제승당에서 휴게소를 지나 더불개(덮을개) 매표소를 통과하기 전의 행사부터 인기를 끌었다. 디스코 춤판이 벌어졌는데 다름이 아니라 산행 입산 전의 몸 풀기운동이라는 것이다. 나는 산행을 마무리하고 행사장에서 제공하는 냉커피 티켓 경품에 들기 위해, 등산복 차림의 산 꾼들의 열띤 경연장축제장에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매표소를 통과한 우리 일행은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 산96을 너머서자 1차 벤치 휴식처가 반기고 있었다. 한산도 문어포와 미륵산이 조망되는 곳도 나오고, 오목한 안부를 통과하면서 쉬엄쉬엄 산책하듯, 소나무 산행 길의 아름다움에 끌리기 시작했다. 첫 이정표는 소고포 선착장에서 출발한 산행 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니면 이곳으로 하산을 해도 의미는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어서 힘찬 걸음을 내딛은 끝에 산166을 지나 한참을 걷다보면, 구름다리를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이 망산교이다. 고공공포증이 심한 필자로서는 흥분보다는 다리 떨림이 우선이었다. 다리 아래 뻗어난 길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쯤일까 궁금했다. 망산까지는 오르락내리락 다리운동 하는데 적당하다. 하지만 일부 동행자의 힘든 수고스러움은 보기에도 딱하기도 했다. 망산까지는 3∼4시간이면 족하다. 2시간이면 거뜬하다는 날랜 발걸음을 자랑하는 이도 없지 않았다.

남해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망상에서 휴식의 즐거움은, 서로의 안면 인사로부터 출출한 배를 채우는 것으로 시작 되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등산객들로 그날의 망산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정겨운 입담이 좌중을 웃음꽃으로 만든다. 서로 주고받는 훈훈한 정에 흠뻑 젖어 그날의 축제는 이곳에서 끝나는가 싶었다.

망산에서 깜짝 하산을 하면 팔각정(휴월정)이 나타나는 데 진행요원이 인증 삿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등산 최다인원 참가상금이 무려 100만이나 된다는 것이다. 여하튼 급조한 통영정가(시조창)진흥산악회 참석 8인은 힘찬 구호와 함께 동참했다. 더불어 하산 길엔 산 253 전망바위가 나오고, 이어 산 234 전망대 쉼터가 이어진다. 더듬어 볼 조망권은 추봉도와 추봉교 그리고 거제도 가라산과 노자산이 대상이다. 이곳을 하산하면서 좀 더 인공조림을 통해서라도 등산로의 진가를 보이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욕심을 또 다시 부려보았다.

진두 한산면사무소까지의 그날의 산행을 마치고, 멍게비빔밥에 기념품에 문화공연까지 겸하는 등반축제는, 찌든 일상을 하루쯤 풀어놓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곳에서 이어지는 추봉교를 지나 추봉의 대봉산을 지나서, 한산사 절을 통과하여 봉암해수욕장까지 연결되는 흥미로운 종주길을 떠올리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이날 ‘한산도 망산 등반축제’를 위해 애쓴 한산농협협동조합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동행가게 해준 통영정가(시조창)보존회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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