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메인박스 칼럼
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14 - 미안해! 알바트로스야
   

한 번을 받아먹고, 두 번을 받아먹고. 쓰러지는 새끼 알바트로스가 여기저기 보인다. 우리를 향해 큰 눈망울을 껌벅인다. 검은빛은 여전히 깊다. 일어나려고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하늘엔 흔적이 없다. 모두가 숨죽여 흐느낀다. 목까지 차오른 그것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데, 영상 속 새끼들의 입에서 대신 들려온다.

영상 속의 작가도 흐느낀다. 맥없이 늘어진 새끼 새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오열하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영상 안에서도, 영상 밖에서도 침묵이 흐른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널브러진 새들의 배를 가르고, 플라스틱 조각을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그렇게 염을 마친 새끼 새를 평평한 땅에 놓고 둥글게 꽃을 두른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도 슬픈 장례식이다.

살아남은 새끼들의 잿빛 털이 뭉텅이로 빠질 즈음, 먹구름이 몰려와 온 바다를 뒤덮는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어버이 새들은 모두 떠나고, 섬을 뒤덮은 건 새끼들의 힘찬 울음소리와 날갯짓 뿐이다.

어느새 자란 큰 날개를 펼쳐 바람 타는 연습을 한다. 모래사장을 뒤뚱뒤뚱 달리며 도약을 연습한다. 서로 부딪힌다. 고꾸라진다. 바람은 드세어지고, 빗방울이 듣는다. 먼바다를 바라보는 새들의 눈빛이 점점 강렬해진다.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스스로 구역질하여 소화되지 않고 배 속에 남아있는 음식을 모두 뱉어낸다. 몸이 가벼워야 하늘에 들 수 있다. 나중에 새끼를 먹이기 위해 배 속 음식물을 게워내는 첫 연습이기도 하다. 플라스틱도 쏟아진다. 우리 입에선 안도의 탄식이 쏟아진다.

드디어 마지막 도약의 달음박질이 시작되고, 큰 날개가 허공에 파도를 일으킨다. 백사장을 가로질러 물이 가까웠을 즈음, 기적이 일어난다. 이 세상의 첫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미드웨이 섬과 이별한 알바트로스는 태평양을 횡단하며 8500km를 날아간다. 한 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알바트로스가 모두 떠난 섬에서는 회색빛 바람이 구석구석을 배회하며 남겨진 새들의 진회색 깃털을 쓰다듬어준다.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다.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주던 바다에서 끔찍한 죽음이 일상이 되고 있다. 반짝이는 플라스틱이 바다를 뒤덮는다.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의 행렬이 줄어들기는커녕 폭증하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가볍게 집어 든 생수병과 아이 먹이려고 산 음료수병의 뚜껑이 발버둥 치던 새끼 새들의 배 속에 그득하다. 라이터, 칫솔, 탁구공, 부러진 자, 스티로폼, 밧줄 조각들은 다큐 영상에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을 호출한다. 편리함은 이제 죽임과 죽음의 동의어가 되었다.

전시실 한구석, 새끼 알바트로스 사진 아래에 쪽지가 하나 놓여 있다. 무릎을 꿇고 찬찬히 읽어본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자매들이 남긴 편지글이었다.

To 알바트로스에게,
알바트로스야, 안녕? 나는 이O솔이라고 해. 나는 너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 사람들은 편리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너희를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나서 정말 미안하고 후회가 됬어. 너희 몸에서 라이터, 플라스틱 뚜껑 등의 많은 플라스틱이 나왔지? 정말 미안해! 왜냐하면 우리가 너희를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만 편리하게 사용했기 때문이야. 우리가 이제부터 너희를 생각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려고 노력할게. 그럼 안녕....

한산신문  hannews@chol.com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