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부활, '우리는 이렇게 살아났다'

1. 먹거리로 ‘식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단양구경시장’

2. 예술과 전통시장이 만든 관광명소 ‘대구방천시장’

3. 문화와의 융합, 지역의 중심지 ‘금산시네마켓 청년몰’

4. 청년이 살려낸 기적의 시장 ‘전주남부시장’

5. 전통시장 살아남기, 통영 전통시장의 미래는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인 충남 금산은 금산이라는 이름보다 인삼의 고장으로 더 알려진 작은 도시다.

대형 포털이나 플랫폼에서 금산을 검색하면 ‘대전 근교 가볼만한 곳’, ‘진주 금산면’이라는 검색어가 먼저 검색된다.

인근 도시인 옥천, 무주, 장수 등 작은 소도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금산은 조금 발전이 적다.

안타깝게도 관광지도 적다. 보석사, 적벽강 등이 있지만 이조차도 관광명소로 알려진 단양군과 통영, 여수 등에 비하면 부족하다.

이러한 소도시의 전통시장은 그 어떠한 시장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몰린다. 금산시장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었지만 영화관과 청년의 아이디어가 판도를 바꿨다.

 

불 꺼진 시장, 발걸음이 끊긴 시장

청년들이 불어온 작은 변화

금산시장은 지역민들에게 ‘구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1981년 문을 연 금산시장은 인구의 감소와 소비구조의 변화로 점점 규모를 축소, 발길이 끊켰던 시장이다.

인삼이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금산인삼시장, 금산인삼약령시장 등 인삼을 중심으로 한 시장들이 발달했다.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서 확인 해봐도 관광객들이 금산을 찾는 대부분의 이유를 인삼으로 꼽는 관광객들이 대다수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지역민들의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금산시장은 쇠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금산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다보면 이곳이 금산의 중심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금산시장은 한때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시장이었다.

지역주민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상인들이 문을 닫는 7시 이후에는 외국의 슬램가를 방불케 했다고 설명한다.

한 주민은 “오후 7시 쯤 가게들이 다 문을 닫기 시작하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어둡기도 어둡고 워낙에 을씨년스러워 농담이지만 귀신 나온다는 소리가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 꺼진 금산시장은 청년들의 노력으로 불을 밝혔다. 금산시장은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선정되면서 금산시장 창업골목 조성을 시작했다.

빈 점포를 매입하고 도로를 정비, 조명시설과 지붕 공사를 진행하며 기본적인 영업환경을 조성했다.

이어 청년들은 청년연구소를 구성, 각자의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한 컨설팅을 통해 꿈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했다.

25명으로 시작해 현재 19개의 청년사업자가 활발하게 영업을 시작, 이 같은 노력으로 금산시장에 지역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른 전통시장들이 청년사업자를 유입시켜 변화하는 청년몰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기존 상인들과의 충돌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금산시장은 이 문제를 소통과 인정으로 극복했다.

청년상인들은 시장의 번영을 소리쳤고 기존 상인들은 이를 따스하게 받아들여 공생해서 살아보자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이 같은 노력으로 낮에는 대도시의 아울렛 매장과 비슷한 느낌을 밤에는 번화한 야시장의 느낌을 자아내며 도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유일의 영화관 개장

복합문화공간의 탄생

청년들의 노력으로 시장이 변화를 시작하고 있을 무렵 지난 2018년 6월 금산 최초의 영화관인 ‘금산시네마’가 금산시장 내 개관하면서 힘을 더했다.

‘금산시네마켓’은 작은 도시의 문화적 갈증해소가 그 도시의 핵심 소비처를 움직이는 방향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금산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 한 곳도 없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주민들은 인근 대도시인 대전에 가서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금산에서는 ‘평일보다 조용한 주말’이라는 흔치않은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직도 그 인식이 남아있어 나이 지긋한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주말이면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지역민들 사이에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속출, 해결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작은 영화관 건설 사업 대상지로 금산을 선택했다.

이 사업은 금산이 최초는 아니다. 2010년 전북 장수에서 첫 시작, 금산시네마는 37번째로 만들어 졌다.

조금은 늦은 선정이지만 금산시장 활성화 정책, 청년몰 구성 등과 성공적으로 연계되며 소도시 중심상권형성의 모범사례로 인정, 타 도시의 선진지 견학도 줄을 잇고 있다.

금산시네마는 총 150여 석 규모의 2개 상영관으로 구성된 작은 영화관이지만 기존의 브랜드 영화관에 못지않은 쾌적한 시설과 서비스로 호평 받고 있다.

주말에는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지 않을 경우 매진이 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저렴한 가격도 한 몫하고 있다. 기존 영화관의 70% 가격에 불과해 지역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다.

또 영화 상영시간이 끝날 때 마다 나오는 고객들 대부분이 시장으로 유입, 먹거리를 사먹거나 다양한 생필품 구매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 좋고 맛 좋은 카페는 물론 수준 높은 청년 요리사들이 만든 맛있는 식사도 할 수있다보니 복합문화공간으로 정착, 금산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이자 가족 고객들에게는 즐거운 주말 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았다.

 

수준 높은 청년상인

밤을 밝히는 금산시장

‘금산시네마켓’이 금산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밤에도 갈 수 있는 상권의 형성이다.

금산에 방문한 첫날 조금은 시간이 늦어 간단한 저녁과 맥주한잔이 생각나 시내라고 알려진 곳을 수차례 걸었으나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같은 고민은 금산만의 고민이 아니다. 통영이나 여수, 경주 등 1천만 관광도시들 역시도 고심, 최근 ‘저녁 관광’이라는 컨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금산시장은 유일하게 금산의 저녁을 밝히는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에는 낭만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던 금산시장은 밤이 되면 그 모습이 확실하게 변화한다.

오후 7시가 되면 밤의 시작을 알리며 금산시장 천장에 늘어져 있는 알전구들이 불을 밝힌다. 각 청년상인들은 약속된 듯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준비된 메뉴를 선보인다.

전주남부시장이나 경주중앙시장, 대구서문시장 등과 같은 거대한 야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미숙하지만 금산 주민들에게는 금산시장만한 곳이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점은 ‘술하다’라는 5평 남짓한 작은 매장이다. 2명의 젊은 청춘들이 운영하는 이 매장은 입장과 동시에 TV속에서 본 듯한 심야식당이 떠오른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젊은 사장님들의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작은 소품들과 메뉴판은 이곳이 금산이라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손님들의 발걸음도 끊김 없다. 시원한 생맥주와 다채로운 칵테일들의 주문이 연신 이어지며 금산 군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술하다’에서 가볍게 칵테일을 먹고 나오면 매콤한 불향을 맡을 수 있다. 맞은편에 위치한 ‘구이구이’는 금산시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이 가게를 이끄는 유쾌한 청년사장이 연탄불에 구워 주는 불족발과 닭발, 통닭은 인기가 많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는 그 모습은 매력적이다. 맛도 뛰어나 시장을 방문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지나가던 길을 한번쯤은 꼭 멈춘다.

그 옆에는 베이컨말이와 각종 꼬치를 굽고 있는 점포들도 인기가 많다. 그 날 그 날 정성껏 준비한 꼬치메뉴를 화로에 굽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특히 영화가 끝나는 6시와 8시, 10시에는 사람들이 몰리는데 작은 소도시의 특성상 대부분 서로 아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자리를 잡은 손님들과 합석하는 경우도 매우 빈번하다. 마치 동창회나 계모임 같기도 한 이런 모습들은 금산시장이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장소가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오랜 친구와 방문한 한 주민은 “금산에 진짜 필요한 장소가 이런 장소다.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도 중요하고 인삼 판매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주민이 즐거워야 금산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영화관을 금산시장에 지은 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다. 옆 동네인 장수에 영화관이 생겨서 부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는데 금산영화관은 아주 위치가 절묘하다. 젊은 청년들이 장사하고 영화관도 있고 일석이조다”라고 강조했다.

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산시장에 저녁을 보내러 온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요즘은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방문하고 있다. 금산시장은 이제 우리 금산주민들의 사랑방이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금산의 새로운 명소! 젊음으로 만들어 갑니다!”

 

금산시네마켓 명물 ‘조사장 커피’ 조윤근(22)씨

 

“작은 도시인 금산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금산이 사랑하는 명소로 만들어가겠습니다”

금산시네마켓의 입구에는 시장과 잘 어울리는 척 자리 잡은 채 이질적인 느낌을 뿜고 있는 카페가 있다.

구수한 원두 향과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가득한 이 카페는 ‘금산시네마켓’ 청춘상인을 상징하는 매장이다.

위치는 물론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 시범매장으로 가장 먼저 출범한 매장이기도 하다.

‘금산시네마켓’의 터줏대감 ‘조사장 커피’를 이끌고 있는 22세의 젊은 대표 조윤근씨를 만났다.

조윤근 대표는 “제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라고 멀리서 취재를 다오셨는지 모르겠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미소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부터 커피에 반해 카페를 열게 됐다는 그는 22살의 나이로 아직은 어린 티가 남아있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금산시장 리모델링 계획의 시초인 ‘조사장 커피’의 대표다.

그는 “조금은 어린나이에 시작을 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고객분들도 많이 찾아주신다. 특히 단골고객들이 많은데 말하지 않아도 주문을 알 수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고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편인데 오실 때마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신다. 사업이란 것이 아무래도 복잡한 부분이 많아 지치고 힘들 때는 그 응원들이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금산에서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묻자 그는 “금산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를 졸업하고 금산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돼 금산에 정착하게 됐다. 맞은편에 위치한 ‘술하다’의 이다솔 대표도 같은 학교 출신으로 동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더불어 “아무래도 친구 사이다보니 의견을 많이 공유한다. 서로의 발전을 위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지금 도와주는 직원 친구들도 같은 학교 후배들이다. 정말 큰 힘이 되는 좋은 동료들이다”라고 칭찬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금산시장은 우리의 생활터전이자 금산군민들의 새로운 놀이마당이다. 이 모습을 지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청년 상인들의 연구와 토의가 계속 돼야한다. 앞으로도 창의적인 생각으로 진취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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