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부활, '우리는 이렇게 살아났다'

1. 먹거리로 ‘식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단양구경시장’

2. 예술과 전통시장이 만든 관광명소 ‘대구방천시장’

3. 문화와의 융합, 지역의 중심지 ‘금산시네마켓 청년몰’

4. 청년이 살려낸 기적의 시장 ‘전주남부시장’

5. 전통시장 살아남기, 통영 전통시장의 미래는

 

전라북도 최대의 도시인 전주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선정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통시장이 있다.

관광명소 전주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한옥마을과 함께 손꼽히는 전주남부시장이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시대적인 흐름에 위기를 맞기도 했던 전주남부시장은 패기 넘치는 청년들의 유입과 예술과의 교류, 먹거리를 특화시키는 등 전국의 전통시장 부활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시장 부활의 모범답안

오감만족 매력, 재방문 많아

국민들에게 전주는 누구나 한 번 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다. 전국어디에서 출발해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어 당일치기는 물론 주말여행을 도전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거기에 ‘맛의 고장’이라는 굉장한 칭호를 갖고 있는 이 고장은 우스갯소리지만 “전주에서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맛이 남다르다”며 신성시된다.

또 한옥마을은 전통의 관광화를 성공했다. 전국에 유행하기 시작한 한복 입는 관광의 시발점이 된 장소로 각종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 만장의 한복 입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국내관광의 메카 중 하나인 전주를 찾은 사람들이 꼭 방문하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전주남부시장’이다.

대다수가 알고 있는 전통시장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법한 시장 중 하나인 ‘전주남부시장’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사랑하는 장소다.

이와 같은 성공으로 전국에 수많은 전통시장의 부러움과 동경을 받는 시장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이어지는 선진시장 견학차 방문하는 타 시장 상인들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막상 방문하면 실망할 부분도 많다. 여전히 열악하고 노후화된 시설이 곳곳에 남아 있고 복잡하게 얽힌 골목골목들은 전통시장의 전형적인 단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주남부시장’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한참을 걷고 몇 번을 걸어도 지겹지 않고 새롭다.

낮에는 나이가 지긋한 상인들의 요령 가득한 장사멘트가 들려오고 해가 지면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청년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장사를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곳곳에 배치된 문화 공간에서는 흥겹고 수준 높은 음악이 가득하고 이를 들으며 걷다보면 골목마다 풍기는 수많은 음식들의 향기는 가는 길도 멈추게 만든다.

전주남부시장이 갖추고 있는 이 모든 매력 포인트들은 위기에 봉착한 전통시장들의 부활의 모범 답안이 됐다.

이 같은 매력 덕분인지 전주남부시장은 여러 번 방문한 관광객 아닌 관광객이 많다.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방문하면 꼭 재방문을 하게 된다.

전주남부시장에만 4번 째 방문한다는 권송은(32)씨는 “전주에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매력이 원인인 것 같다. 맛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방문했다가 먹은 콩나물 국밥이 너무 맛있어 집에 돌아가서도 간간히 떠올라 재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방문에는 또 다른 음식을 먹고는 반해버렸다. 또 2층 청년몰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접하며 간단히 맥주를 한잔했는데 또 그 매력에 빠졌다. 이제는 어디에 어떤 점포가 있는지 다 알정도이지만 아직도 매력적이다”라고 전주남부시장에 대한 재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이 싹 틔운 시장의 변화

전통시장 복합문화 공간으로

‘남문장’이라는 이름으로 전주성을 기점으로 형성된 이 전통시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몰락은 피할 수 없었다.

유통구조의 변화와 함께 몰아친 초대형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무참히 뺏어 한때는 전통시장을 파괴한다 싶을 정도로 독주를 펼쳤다.

전주남부시장도 다른 시장들과 다를 바 없이 무참히 무너졌고 과거의 영광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다름 아닌 청년들이다. 2011년에 진행됐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존의 환경 개선과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

가장 주요한 부분은 바로 청년 상인들과 지역 예술가들의 시장 입주를 꼽을 수 있다.

다른 몇몇 전통시장은 청년들과의 갈등으로 시장 자체가 나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다행이도 품목의 차별화로 공생에 성공했다.

여기에 더불어 젊은 상인들과 예술인들의 독특한 마케팅과 공연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노년층의 고객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 전주에 거주하는 20~30대 젊은 고객까지 확대시켰다.

심지어 이 소문은 관광객들에게도 퍼져 전주남부시장이 지금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시장에 들어온 청년들은 버려져있던 남부시장의 2층에 안착했고 자기들만의 감각을 속속들이 뽐내기 시작했다.

또 시장 곳곳에 자리 잡은 지역 예술인들은 재능을 뽐내며 시장을 변화시켰다.

 

‘식도락 여행’의 성지

전주 유명 음식 본점 즐비

전주는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알려지게 되기까지는 놀랍도록 특화된 전라도식 음식 밥상이 주요했겠지만 전주남부시장의 역할도 지대했다.

전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콩나물국밥의 시초가 바로 전주다. 그 유명한 막창 순대와 육회 비빔밥도 전주에서 시작됐다.

전주남부시장에는 이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거리가 형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콩나물국밥과 순대국밥 거리다.

특히 콩나물국밥이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 여러 큰 매장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최고는 전주남부시장 내에 위치한 5평 남짓한 작은 본점이다.

찾기도 쉽지 않다. 그 위치를 말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애매해 골목을 최대한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이 현명할 정도다.

힘들게 찾아간 본점은 오후 2시 이후에는 마감하기에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맛보기도 참으로 힘들다.

정겨운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있으면 인원에 맞게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다. 독특한 점은 뜨겁지 않다는 점이다.

타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주콩나물국밥은 사실 원조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리가 먹어온 전주콩나물국밥은 전주의 콩나물국밥과는 다른 음식이었다.

대부분의 콩나물국밥은 뜨거운 온도를 유지한 채 입천장을 데여가며 먹는 것이 정석이지만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뜨겁기보다는 미지근했다.

높지 않은 온도이다 보니 콩나물의 식감이 살아 있었고 콩나물국 본연의 맛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잔뜩 썰어낸 파와 마늘, 두껍게 썰어낸 오징어를 얹어 먹다보면 어느새 한 그릇을 비우게 되는 마성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무심히 내어주는 수란에 국물을 한 수저 얹어 김과 함께 먹는 그 맛은 한번 맛보면 잊기 힘들다.

환상적인 콩나물 국밥집을 나와 걷다보면 시장 가운데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순대국밥 전문점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많이 퍼졌지만 ‘막창순대’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두툼하고 식감이 좋은 막창에 선지 비중이 높은 속이 꽉 찬 막창순대는 그야말로 별미 중에 별미다.

또 이를 이용한 순대국밥은 그 맛이 깊고 진한 것이 특징이다. 진한 국물을 먹다가 발견한 순대를 전라도식으로 초장에 찍어먹으면 ‘맛의 고장’ 전주에 왔음을 느끼게 된다.

이외에도 칼국수 매장들도 유명한데 직접 뽑아낸 면으로 만든 바지락 칼국수와 팥 칼국수도 군침을 돌게 한다.

이처럼 전주남부시장은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한 끼 꼭 먹고 가야하는 장소다.

 

야시장 문화의 시초

밤을 밝히는 전통시장

금요일과 토요일이 오면 전주 남부시장이 또 한 번 변화한다. 해가 지는 오후 6시가 지나면 사람들은 남문시장으로 모여든다.

바로 야시장 포차가 밀려들어오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45개의 포차가 열을 맞춰 들어오는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갖고 열리는 이 야시장은 부산깡통시장,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전국의 3대 야시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주 남부시장이 지금의 명성을 얻기 까지 야시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시장살리기의 일등공신이다.

야시장 상인들이 구성한 협의체는 철저하게 야시장 운영을 관리하고 자가발전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해오고 있다.

처음 야시장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굴러 들어온 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전주 남부시장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으며 상인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성공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전국의 전통시장들도 야시장을 열거나 준비하고 있다.

‘야시장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의 야시장 유행의 시발점이 바로 전주남부시장이다. 운영체계와 주요 메뉴들 역시 이곳에서 대부분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야시장 포차가 십자가 형태로 시장 골목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인기 있는 점포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줄을 서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두툼하게 구워내 새콤한 소스를 찍어 먹는 육전과 매콤한 맛이 일품인 불곱창갈비를 꼽을 수 있다.

 

또 토치를 이용해 화끈하게 구워낸 메뉴들도 많다. 베이컨으로 야채를 감싸고 있는 ‘야채뚱땡’, 일본식 스테이크, 랍스터 구이, 소고기 초밥을 파는 점포들은 연신 화려한 불쇼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한때 전국 별미로 손꼽혔던 삼겹살김밥과 문어꼬치 등도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음식으로 가득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더불어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세계 각지의 음식들도 있어 노상 뷔페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음식 포차를 벗어나 조금만 걷다보면 다양한 악세사리를 파는 점포들도 볼 수 있다. 직접 만든 귀걸이와 팔찌부터 목공예 소품과 도자기 공예 소품까지 구입할 수 있다.

한 야시장 상인은 “전국의 야시장 중 가장 오래된 야시장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 덕분인지 많은 시장에서 견학을 오곤 한다. 뿌듯하기도 하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맛의 고장인 전주답게 각 점포의 음식 수준이 매우 높다. 전국 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 우리 전주남부시장야시장에서 퍼져나갔다. 경쟁하는 상인들이 많아지는 만큼 기존의 음식을 더 업그레이드하고자 우리 상인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비스에 대한 의식도 높다.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왔을 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비록 노상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최대한의 서비스를 유지하고자 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음식을 입으로만 먹는 시대는 끝났다. 눈으로 보여 지는 것이 중요하다. 비싼 광고보다 손님들이 한 컷씩 찍어가는 스마트폰 사진이 더 큰 광고효과를 가져온다. 불을 이용한 화려한 볼거리나 누가 봐도 사진 찍고 싶은 플레이팅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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