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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모이는 마을사랑방, 일산 ‘행복한책방’

<작은 책방, 지역문화 공간의 새 이름>

①개인의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

②동네서점의 변화, 편견을 깨다

③책-사람-책방 함께 공존하다

④통영에서의 작은 책방, 현재와 미래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자유롭게 방문하는 마을사랑방

책방 회원 가족 위한 서재 마련, 마을 주민들과 책 공유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동 주택가를 걷다보면 아늑한 조명 빛을 내뿜는 아담한 책방이 있다. ‘행복한책방’이라는 글귀와 노래하는 작은 새가 새겨진 간판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독서운동가인 한상수 대표는 또 다른 독서운동, 동네책방 살리기를 위해 일산 대화동에 책방을 열었다. 한상수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행복한책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7년 2월 1일 문을 연 행복한책방은 열일곱 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책을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마을 사랑방을 꿈꾼다. 따라서 서가에는 어린이 책부터 청소년 책, 어른들을 위한 책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볼만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다.

행복한책방은 공간이 작아 많은 책을 놓을 수 없기에 책을 엄선해서 선택한다. 서가의 구성은 우선 장르별로 선별 후 출판사별로 다시 분류한다. 책방을 찾은 독자들이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행복한책방의 큰 보람이다.

이곳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서재도 볼 수 있다. 책방 회원 가족의 서재를 통째로 가져와 꾸민 것이다. 엄마, 아빠, 첫째아들, 둘째아들까지 각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아래에는 책을 소개하는 내용까지 아주 꼼꼼하게 적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회원 서재는 행복한책방이 가지는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한 가족이 재밌게 읽은 책, 감명 받은 책, 삶에 도움이 되는 책 등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책방 운영자 김경리 점장은 “책방에서 회원 서재를 제안하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는데 한편으로는 행복해 하기도 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자신이 추천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가족들이 한데 모여 각자 진열할 책을 고르고 추천이유를 쓰는 과정이 즐거운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회원 서재 덕분인지 행복한책방은 특히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김경리 점장은 이곳을 ‘참새 방앗간’이라고 칭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후, 학원가기 전, 놀이터에 가다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책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책방 안에는 누구나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가 마련돼 있어 아이들은 가방을 걸어놓고 책을 읽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동네 주민들 또한 오고 가며 언제나 책방 문을 두드린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편하게 발걸음을 하고, 커피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다. 행복한책방은 그만큼 동네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오고 있다. 그야말로 동네 마을사랑방이다.

고전읽기, 글쓰기 동아리 등 다채로운 책모임 ‘인기’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문학으로 소통

행복한책방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책을 사고, 파는 관계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 나아가고자 책모임 ‘행복해書’를 만들었다. 2017년 4월 18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5권의 책을 읽었다.

또 수백 년을 넘어 여전히 읽히고 사랑받는 고전을 맛보는 시간인 ‘고전맛봄’ 고전읽기 동아리를 구성, 읽히지 않았던 책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이 시간은 회원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글쓰기 동아리도 마련했다. 이 시간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는 시간이다. 글쓰기 동아리 회원 중 2명은 실력을 꾸준히 다져 온 결과 서평 책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회원들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기획, 영어 동화책 원서 읽기시간을 마련했다. 영어 전문가를 초청, 8개월 동안 진행했다. 이 시간동안 참가 회원들은 각자 발음할 수 있는 영어문장을 직접 읽어보고, 연습하고, 영어로 발표하면서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또한 행복한책방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운영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선정, 7개월 동안 5명의 유명 작가들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김하은, 유하정, 최덕규, 김윤정, 기혁 작가와 함께했다. ‘일상글쓰기’,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동시로 놀기’, ‘그림책 공연’, ‘동네 詩네마실’ 등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문학과 예술의 이해도를 높였다.

김경리 점장은 “지원 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문단에서 인정받는 분들을 동네 책방으로 모시기가 쉽지 않은데 사업을 통해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여러 사업들 가운데 최덕규, 김윤정 작가와 함께 했던 그림책 공연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또 기혁 시인과 함께하는 ‘동네 詩네마실’은 어렵기만 했던 시를 영화로 보며, 쉽게 접근하는 통로를 마련했다.

김 점장은 “책방 단골인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동네 詩네마실에 참여했는데 학구열이 대단했다. 이 학생의 질문공세에 강연이 예정시간 보다 1~2시간씩 밀리기도 했다. 평소에도 문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혼자 글을 쓰고, 소설도 쓰는데 가끔 자기가 쓴 책을 들고 와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 저는 정성껏 독자 입장에서 의견을 말해준다. 혹시 책을 내게 된다면 행복한책방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자고 말하면서 용기를 북돋아준다. 미래의 작가다”고 웃으며 말했다.

추석 ‘한가위책보’ 프로젝트 진행 특별 이벤트 마련

정우성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추천

행복한책방에서는 2017년, 2018년 한가위 명절을 맞아 선물용 책 꾸러미인 ‘한가위책보’를 정성껏 준비했다.

김경리 점장은 “‘한가위책보’는 명절 선물로 책은 어떨까, 우리는 그동안 명절선물로 책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다 탄생된 추석 선문 프로젝트다.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껏 고른 책이 그 어떤 물건보다 멋진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들이 명절 때 둘러앉아 책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었고, 덕분에 새로운 고객들도 여럿 생겼다”고 말했다.

행복한책방의 ‘한가위책보’를 통해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일의 가치를 새롭게 느낀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책을 선물 받은 분들이 무척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고 한다.

책방에서는 단골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한 달 한 책 클럽’도 운영한다. 책값을 미리 내고 책방에 들려 한 달에 한 번 책을 사는 프로그램이다. 책방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외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을 위해 택배 배송 서비스도 마련했다.

이처럼 행복한책방은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행복한책방은 손님과 회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행복한책방이 이번에 시민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영화배우 정우성이 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다. 이 책은 영화배우 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다. 정우성은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 활동을 시작, 5년 동안 매년 한 차례 이상 세계 곳곳의 난민 캠프를 방문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을 정리해 책을 펴냈다.

한상수 대표는 “이 책은 정우성이 여러 난민 수용소를 가서 보고 느낀 것을 쓴 책이다. 책속에는 난민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그 분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해야 하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난민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반성할 수 있었던 책이다. 어렵지 않은 책이라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지속가능한 책방을 만들기 위한 노력

한상수 대표가 행복한책방을 열기로 결심했을 때, 책방이 마을 사랑방, 살롱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다. 때로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기도 하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동을 같이 나누는 공간이 마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행복한책방은 이러한 꿈들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책방을 지향한다. 한 대표는 책방을 내고 싶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충분히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한 대표는 “지속가능한 책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책방에 책을 보러 오시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 학교 도서관등에서 책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형업체에서 책을 공급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지역 서점들이 담당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 책방의 활로가 나올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가는 책들은 고양시의 서점들이 담당하는 등 공공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납품에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 저희는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정보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에 있을수록 깊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에서 서점의 역할은 중요하다. 동네 책방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허파의 역할, 지적인 살롱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한책방, 선물 같은 공간”

-독서운동가 행복한책방 한상수 대표

 

행복한책방을 운영하는 한상수 대표는 독서운동가다. 그는 1999년 아이와 함께 경험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동네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어 어린이도서관을 시작하면서 독서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책과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작은도서관 운영부터 학교에서 아침 10분 독서운동, 독서운동과 관련한 신문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책 읽기 운동을 펼쳐왔다.

한상수 대표는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김병록 부부가 함께 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책을 만나면서 동네 책방을 꿈꿨다. 그리고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치고 일산 대화동에 행복한책방을 마련했다.

한 대표는 “책과 관련한 신문을 발행하고 취재를 하다 보니 책방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관전자로 있기보다는 실제 선수가 돼 동네 책방 운영의 어려움을 직접 겪어보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경험이 필요했다. 조그만 규모라도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방을 시작했다”고 행복한책방의 탄생 계기를 밝혔다.

책방 운영은 예상했던 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책은 유통마진이 낮아, 책방에서 책 한권 팔아서 남는 수익이 박하다. 자영업이기 때문에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나간다.

그는 “책방 운영은 경제적인 측면만 뺀다면 참 즐거운 일이다. 작은 책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돼야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를 가든 책값이 똑같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수 대표는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레이 올든버그의 ‘제3의 공간’ 이론을 예를 들어 “동네 책방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행복한공간이다. 책방은 책방 운영자가 엄선한 책 큐레이션으로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이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공간, 사유의 공간, 깨어있는 시민을 늘리는 공간이다. 책방은 독자와 책이 직접 만나는 출판 생태계 발전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책방이 있는 동네에 산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행복한 일이다. 행운이라는 것은 누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동네 책방을 애정을 가지고 많이 찾으셨으면 좋겠다. 삶 속에 동네 책방이 들어오면 우리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은 돈을 벌겠다기보다 소박하게 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책들을 동네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신 분들이다. 현재 운영되는 책방들이 오래오래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초여름 기자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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