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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의 작은 책방,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작은 책방, 지역문화 공간의 새 이름>

①개인의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

②동네서점의 변화, 편견을 깨다

③책-사람-책방 함께 공존하다

④통영에서의 작은 책방, 현재와 미래

 

책을 서점에 들여 놓으면 우후죽순 팔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은 다양한 종류의 일반 서적과 학생들을 위한 문제집 등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필요한 책을 거의 모두 찾을 수 있었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은 책을 소비하는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고 지역서점 운영에 대한 위축을 초래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서점에게도 변화가 필요했고, 서점은 커야한다는 생각을 전환해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베스트셀러 중심이 아닌 책방운영자와 고객들이 찾는 책을 팔았다. 독자중심 책방을 운영하기도 했고,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문을 연 책방도 있었다. 또 기존의 출판에서 벗어난 독립출판물만 다루는 독립서점도 생겨났다.

책방에서는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곳을 넘어서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문화 활동가와 만남을 도모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처럼 책방은 지역문화예술교육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나가고 있다. 지역에 있는 책방들이 지역민들의 삶속에 스며들어 책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다면 지역 안에서 도시재생과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손님이 영혼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힘 ‘환대정신’

백년어서원 인문학 강좌, 부산 원도심 문화공간으로 활성화

지역민들과 글쓰기 공동체 마련, 신도시에 밀린 원도심 회복

인문학 북카페인 백년어서원은 한때 문화와 경제가 풍성했지만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걸은 지 오래인, 근대사가 고스란한 부산 중구 동광동 골목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원도심이라고 부른다.

백년어서원 김수우 대표는 부산역과 부산항이 있는 이곳에 원도심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지로 2009년 4월 백년어서원이라는 인문학 북카페를 열었다.

북카페에 들어서면 백 마리의 나무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백년어서원을 지키고 있는 백 마리의 물고기는 충청도 산골의 백 년 넘은 시골집이 헐리면서 나온 폐목들로 만들어졌다.

‘백년어(百年魚)’는 앞으로 백 년을 헤엄쳐갈, 백 마리의 나무물고기를 말한다. 물고기가 표상하는 것은 존재의 깊이와 깨어있는 영성이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힘이며, 동시에 우리 내면을 향해 들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김수우 대표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실천적 사유로 의인의 꿈을 꾸고자 했다. 물질 중심의 가치를 벗어나는 것, 돈 없이도 가능한 것들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백년어서원이 있는 부산 동광동은 역과 연안부두가 있어 부산의 관문이기도 하다. 백년어서원은 왜 원도심을 고집하고 그곳에 터전을 잡았을까?

김 대표는 “원도심을 회복한다는 것은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고 가치를 기억한다는 말이다. 물고기 백 마리가 도착해야 하는 곳은 반드시 소비적인 공간이 아닌, 기억의 공간이어야 했다. 인문은 무엇보다 근원을 기억해내는 능력이며, 가치는 원래를 회복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원도심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백년어서원은 구비돼 있는 책들을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며, 적은 양의 인문학 서적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문학, 역사, 철학, 종교, 사상, 음악, 미술, 생태, 환경 등의 사회적 실천가 등 그 영역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한 인문강좌도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공감토론 ‘초록서랍’, 어린이 읽는 동화모임 ‘노란그네’, 세계문학포럼, 백년어서원 낭독 모임 ‘낭독의 여울’, 글쓰기 공동체를 지향하는 단행본 ‘개똥철학’ 발간, 인문학 사유와 글쓰기 ‘백년어’ 계간지 발행, 독서회, 공부모임, 토론회 등 일반 시민들의 주축으로 구성된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펼쳐진다.

특히 백년어서원에서는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글쓰기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고민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김수우 대표는 “인문은 읽기와 쓰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 백년어서원은 자기 생각을 자기 글로 표현하는 시민을 꿈꿨다. 생각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을 성찰해야 쓸 수 있으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내면의 운동이다. 글쓰기는 사유와 감성이 모두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년어서원에서 중심이 되는 것, 또 하나는 자원봉사자 ‘셀리아’다. ‘셀리아’는 쿠바의 여성 혁명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자유를 꿈꾸며, 스스로를 혁명하고, 환대정신을 실천하며 연대의식을 나누는 이름을 상징한다.

‘셀리아’이자 백년어서원 편집장인 구설희 작가는 “백년어서원은 마음을 보태주는 분들과 함께 실천하는 글쓰기 공동체로 나아갈 것이다. 이렇게 많은 자리들이 마련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것은 김수우 대표의 환대정신 덕분이다. 손님이 자신의 영혼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힘이 환대이며, 외로움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 정신 덕분에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자리가 생성된 것 같다”고 백년어서원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백년어서원은 신도시에 밀려 소외된 곳을 인문학과 책으로 통해 원래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했고, 이러한 고민들은 원도심 창작예술촌 ‘또따또가’가 조성되는데 씨앗 역할을 했다.

2010년 부산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원도심인 중구 일대에 예술인들의 창작 및 거주 공간을 마련해 무상 대여해주는 ‘또따또가(街)’ 사업을 시행했다. 백년어서원은 열린 공간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예술공동체를 지향,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

김수우 대표는 “백년어서원이 또따또가에 기여를 한 것처럼 지역 책방들은 충분히 지역을 살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에 있는 작은 책방들은 시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를 통해 나아가야 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을 열어 그 동네의 사랑방처럼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돼야한다. 씨앗을 뿌리면 변화는 오게 되고, 뜻을 잘 세우면 반드시 동행이 생긴다. 그렇게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영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사랑방을 꿈꾸는 ‘삐삐책방’

심야책방, 인문강연, 시 낭독회 등 지역문화행사 마련

지역 특성, 개성 있는 책 공간으로 문화네트워크 형성

충렬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삐삐책방은 7평의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옆에는 오래된 미용실이 있고, 맞은편에는 한국화와 민화를 배울 수 있는 화실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인 명정동 길목에 작은 책방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다. 평일에는 오가는 시민들이,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찾는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이곳은 통영 한옥게스트하우스인 ‘잊음’에서 책방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운영해온 책방지기 박정하 대표가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여름 ‘삐삐책방’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이고 새 공간을 꾸몄다.

삐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원작 동화 속에 나오는 사랑스럽고 자유로운 아이다. 이는 박 대표가 어린이 전문 서점 ‘책과 아이들’에서 근무할 때의 닉네임이기도 하다. 모범생이었던 박정하 대표에게 자유롭고 관습에 물들지 않는 아이인 삐삐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삐삐가 되고 싶은 삐삐책방 박정하 대표는 삐삐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싶은 마음에 책방이름도 삐삐책방으로 바꿨다.

책방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편안하고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정렬된 책들과 책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 됐다.

서가에는 박정하 대표의 취향이 듬뿍 담긴 재밌고 따뜻한 책, 통영을 소개하는 책, 손님들이 주문하고 찾는 책, 문학, 에세이 등이 주를 이룬다. 그 중 그림책은 서가 한 칸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이 서가는 그림책을 많이 소개해주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곳이라고 한다.

박정하 대표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읽을 수 있는 100세 문학이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오해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서 더 좋은 그림책도 많다”고 설명했다.

삐삐책방은 책을 팔기도 하지만 지식문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야책방, 인문강연, 시 낭독회 등 지역문화행사가 삐삐책방에서 진행된다. 박 대표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프로그램 공지를 하면 이를 본 관심 있는 독자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삐삐책방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운영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 통영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7개월 동안 진행했다.

프로그램에는 이제니 시인 초청 낭동회, 신청규 시인 낭독회, 이덕화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박민정·천희란 소설가 낭독회, 황인찬 시인 낭동회 등이 펼쳐졌다. 통영시민들이 대부분이 참여했지만 마산, 창원의 독자들도 참가 하는 등 인근 참여도도 높다.

삐삐책방은 수도권이 아닌 소도시 통영에서 지역민들에게 작가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지역문화 운동의 주체로 나서며, 또 하나의 지역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정하 대표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을 통한 지원금 덕분에 유명한 작가분들을 통영으로 초청해 시민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무래도 작은 책방인 삐삐책방 주도하에 진행하기에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이번 사업으로 많은 분들과 문화적인 강연을 듣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서 좋았다. 독자들도 상당히 재밌어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책을 읽게 만드는 것, 부담 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책방이 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의 문화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삐삐책방은 통영 지역민들과 함께 더욱 활발한 활동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책과 함께 만나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

“통영시민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삐삐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명정동 활력소 ‘삐삐책방’ 박정하 대표

 

박정하 대표는 부산에서 4년 동안 몸담아 일했던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을 그만두고 통영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은 그를 이곳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박 대표는 통영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책방을 열게 됐다.

박 대표는 “책을 멀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삐삐책방은 책방을 찾는 분들이 부담 없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시길 바란다. 꼭 책을 사지 않으시더라도 책을 구경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책방을 찾아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삐삐책방은 통영시민들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책방이 되고 싶다. 책방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삐삐책방은 더 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련해서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주변에 계신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초여름 기자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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