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에 대한 대통령 공약을 지켜 주세요

거제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된 긴꼬리딱새 수컷. 긴꼬리딱새는 자기 몸통(약15cm)보다 두배(약30cm)나 긴 꼬리와 푸르게 빛나는 눈을 가진 새입니다.

2019년 6월 한달 동안 저는 거제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긴꼬리딱새 둥지를 찾으러 돌아다녔습니다. 긴꼬리딱새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 여름철새입니다. 멸종위기종 철새의 둥지가 있는 곳은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자연생태도 1등급 지역으로 간주되며, 그런 곳엔 자연을 훼손하는 골프장같은 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노자산 활엽수림을 돌아다니다가 긴꼬리딱새 둥지를 두 개나 찾아냈습니다. 앞으로 환경부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는 보통 개발사업자가 직접 하지 않고, 대행업체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개발사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는 대행업체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대로 해서, 만일 멸종위기종 동물이 많이 산다고 환경영향평가에 적어 버린다면, 그 개발사업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자기에게 돈을 주는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거제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된 긴꼬리딱새 둥지 두 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런 사실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그 개선을 공약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가 그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위한 비용을 개발업자가 납부하면, 제3의 공공기관이 그 비용을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개발업자가 대행업체를 고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행업체는 개발업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환경영향평가서를 사실대로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저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 공약을 이행했다면, 노자산 골프장(거제 남부 복합관광단지)의 환경영향평가가 저렇게 엉터리로 될 일이 없었겠죠?

문제인 대통령이 이 공약을 빨리 이행해서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가 도입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같은 사람이 돈도 안 받고 철새 둥지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장용창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 소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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