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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의 음악이야기 - 햇살 눈부셨던 7월의 엑상프로방스
   

"푸른 하늘, 금빛으로 반짝이는 건축물, 투명한 녹색 분수,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에서는 엑상프로방스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가 폴 세잔이 살았으며 '빛의 성지'로 여겨져 왔다는 도시, 프랑스 남부에서도 부유층이 모여 산다는 도시,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불리는 엑상프로방스에서는 6월과 7월에 걸쳐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그 명성을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 왔지만 실제로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눈부신 햇살로 유명한 곳인 만큼 페스티벌 기간에는 야외 공연이 많다고 하네요.

저는 멋모르고 '그랑 테아트르'(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만을 예매했다가,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페스티벌 일정을 자세히 보면서 내가 모르고 놓친 공연을 아쉬워하는 중입니다.

그랑 테아트르뿐 아니라 죄드폼 극장(Theatre du Jeu de Paume), 대주교 극장(Theatre de l'Archeveche), 다리우스 미요 콘서바토리 등에서도 공연이 열리는 모양이에요.

짧게 머물렀던 엑상프로방스에서, 저는 파리 오케스트라 공연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았습니다. 테너 안드레아스 샤거가 멋졌던 파리 오케스트라의 말러 '대지의 노래' 공연에 관해서는 지난 번 글에서 자세히 썼지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은 프리츠 랑 감독의 고전 SF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상영하면서 고트프리트 후페르츠가 작곡한 영화음악을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특이한 공연이었습니다. 지휘자는 현대음악 및 영화음악 전문 지휘자 프랑크 슈트로벨(Frank Strobel)이었지요.

'메트로폴리스'는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이 영향을 받았다는 고전 영화라네요. 1927년 작품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제 눈에는 화면이 촌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인상 깊은 장면이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음악은 20세기 초반 양식이 뚜렷하게 느껴졌고,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영상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공연장 안에 젊은 사람이 많아서 유럽이 아닌 한국 공연장 같더라는 점이었습니다. 눈치를 보아하니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아카데미' 같은 행사에 참여한 음악 전공 학생이 아닐까 싶은 사람이 제법 있었고, 그냥 일반 관객 중에서도 젊은 사람이 유럽치고는 많더군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28세 이하라면 누구든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유럽 음악 아카데미 콘서트 패스'나 미성년자가 성인과 동반할 때 오페라 티켓을 무료로 준다거나 하는 정책이 잘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정부에서 그만큼 예산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이런 걸 할 수 있겠지요.

그랑 테아트르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먹었던 저녁은 처음 가본 프랑스에서 제가 먹어본 음식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맛있었습니다. 영어로 짧은 설명을 듣고 간단히 먹을 생각으로 타르트를 시켰더니, 제가 아는 과일 타르트가 아니라 생선과 여러 재료로 만든 요리가 나오더군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면서도 맛이 어찌나 훌륭하던지요. 다음 날 또 갔다가 일요일에는 음료만 판매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참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호텔에서 그랑 테아트르까지 걸어가는 동안 눈부시게 쏟아지던 햇살은 언젠가 가봤던 이탈리아 볼로냐와 견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지도를 보니 엑상프로방스가 조금 더 남쪽이네요.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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