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여고 제13회 2019 시사토론회 열광의 현장

■ 고유정사건 범죄보도제한
국민의 알권리가 먼저일까 VS 인권, 범죄예방 효과가 먼저일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구성원 모두 함께 나아가기 위한 민주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그 시작은 바로 '토론'일 것이다.

통영의 한 고등학교가 이런 토론교육을 13년째 해오고 있어 교육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통영 충렬여고의 '시사토론회'가 그것!

충렬여고(교장 이치은)는 지난달 28일 1∼2학년 전교생이 참여한 2019.시사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최근 '고유정' 사건 등을 통해 큰 이슈가 된 '범죄 보도 제한'으로 그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이번 토론회의 두 쟁점은 국민의 알권리 vs 인권, 범죄 예방 효과 유무 두 가지였다.

충렬여고의 시사토론회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2006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그해의 사회적 이슈들 중에서 전교생의 설문조사를 통해 토론주제를 선정하고 학생 주도적으로 1년에 한 차례씩 매년 3시간씩 토론회를 열어 지금까지 13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충렬여고의 시사토론회는 고교생 대상 시사토론회 중 경남 최초의 대회이며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행사이다. 한산신문을 비롯한 지역신문, 도민일보, MBC뉴스 등에 수차례 보도돼 이미 경남을 넘어 부산, 경북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2006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 MBC PD수첩의 시의성' 찬반토론으로 시작했던 토론방식이 2011년 '원자력 개발 찬반론'에 와서는 이제 학생 주도적으로 공식적인 각종 토론대회의 대표적 진행 방식인 'CEDA토론'(교차조사식 상호질문형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가 있는 날은 다양한 토론 외 기타 부수적인 행사를 동시 진행, 학교는 그날 한 마디로 축제의 장이 된다.


실제로 충렬여고는 각반 대표자 1인이 반 대표로 참가해 토론하는 CEDA토론, NIE시사토론반 학생들이 언론에 소개된 그 해의 주요 기사를 정리하는 '시사뉴스라이브', 쟁점토론 후 토론 요지를 정리하는 NIE토론, 청중이 직접 쟁점토론자와 토론하는 '청중토론' 등 정말 다채로운 충렬여고만의 토론 문화 축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사토론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토론회 지도를 맡고 있는 충렬여고의 한 교사는 2003년 '동성결혼 찬반론' 토론회 직후 '너도 혹시 동성애자냐?', '당신이 무슨 교육자이냐?'라고 소셜미디어와 이메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2015년 경남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찬반론' 토론회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한 단체로부터 학생들과 직접 난상토론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한 일화다. 

충렬여고의 시사토론회가 13년 동안 이어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로, 수년간 도교육청에서 공교육논술지원단 활동에 앞장서면서 독서 및 논술을 통해 학습들의 토론을 자문하는 김환봉 교사(문학박사, 독서토론 전문지도교사)와 실제 시사토론회 토론 지도를 담당하는 유경명 교사(문학석사, 공교육논술지원단 유공교사, 전국 NIE 지도교사)의 노력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여기에 더해 국어교과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교과의 선생님들도 토론회 준비와 진행 및 심사에 이르기까지 충렬여고 교육공동체가 합심한 결과다. 

아울러 토론회에 참가하는 충렬여고 학생들의 차별화된 생활기록부 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토론회에 참가하기 위해 자기 주도적 활동을 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담임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 자율활동 특기사항 학생의 기록과 활동 평가를 작성한다.

또 이 시사토론회 진행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NIE시사토론반을 지도하는 동아리 지도교사는 동아리 특기사항에 학생의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 타 학교와 차별화된 학교특색교육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6년부터 토론 지도한 유경명 교사도 "토론이라는 일련의 숙의과정을 통해 미래 공동체가 나아갈 발전 방향을 구성원이 함께 모색해 나가는 것이 토론교육의 의의이자 민주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토론회에 참가한 공은서(2학년) 학생은 "토론을 통해 개개인은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도 경청하게 돼 다각적인 시각을 형성을 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민서(2학년) 학생도 "토론을 통해 다함께 모여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좋았고, 교과서에서 확장된 토론 주제에 대해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유하고, 청중들이 지식들을 다시 재생산해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충렬여고는 학교가 직접 나서서 토론 문화를 중시하는 경상남도교육청의 박종훈 교육감을 초청, 내년도에는 시사토론회를 진행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도 충렬여고 학생들이 또 어떤 주제로 시사토론회에 참가하여 새로운 토론 문화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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