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 앞두고 통영 관내 전통시장 울상
예년 비해 판매량 급감…시장 상인들 ‘경제 불황 체감’

“대목이라서 그나마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다. 평소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일 때도 있는데 조금은 명절 냄새난다. 쪼매 힘들어도 어쩌겠노, 웃어야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이른 추석에 가을장마까지 겹쳐 전통시장을 찾는이들이 반 토막 났다.

유례없는 지역경제 불황에 엎치고 덮친 통영의 9월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특히 경제 척도를 알아볼 수 있는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지 오래, 심지어 음산한 분위기 마저 풍긴다.

지난 2일 찾은 서호시장은 그나마 분위기가 밝다.

늦은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그나마 소비를 도와주고, 주민들이 시장을 찾아 명절음식 준비를 위한 장을 본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상인은 “그래도 대목이라서 사람이 좀 있다. 평소보다는 나은 수준인데 그래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지역경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무너졌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한 숨 쉬는 횟수가 늘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통영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2일 장날을 맞았지만 가을장마 관계로 평소보다 장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

그래도 통영 데파트 주위에 펼친 난장에는 옛날과자 판매 상인이 ‘한 번 먹어보고 가소~’하는 정다운 소리, ‘우리 밭에서 직접 따온 고추다. 한소쿠리 사가라’하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가던 길을 붙잡는다.

“밤이 너무 귀엽네요”하고 사진을 연신 찍으니 “어제 딴 밤이다. 좀 작긴 작아도 맛은 좋다. 쪼매 사갈래?”하는 정다운 할머니다.

잠깐 자리를 옮겨 중앙시장 횟집거리를 지나 전 골목을 찾았다.

17년간 전 장사를 해오고 있는 찌짐나라 김경림 사장은 ‘경기가 너무 안좋다’며 굽고 있던 명태전에 기름을 끼얹는다.

“우리가게 뿐만 아니라 중앙시장 전체가 불황이다. 작년이랑은 아예 체감이 다르다. 추석이나 제사음식 주문도 잘 안들어온다. 그러다보니 음식도 많이 해놓을 수가 없다. 판매가 안되니까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전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조금씩 음식을 해놓긴 하는데 이마저도 안 팔리면 참 허무하다. 경제가 좀 풀려야 할 건데 안타깝다. 특히 요즘은 대형마트 가는 사람이 많지, 시장 와서 장보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민어조기 한소쿠리 사가라 이모야”하며 발길을 붙잡는 김순이씨는 마른생선 판지 20년이 풀쩍 넘었다.

“차례상에 올리고 해야 하니까 마른생선은 좀 나간다. 민어조기, 가자미, 서대 3~5만원 정도하는데 그래도 평소보다는 잘나가니까 다행스럽다. 평소에도 이렇게 잘 팔리면 소원이 없겠다”하는 그녀다.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지역민들이 많이 찾는 북신시장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

또 북신시장은 최근 가격표시제 캠페인이 한창으로 시장 곳곳에는 고객들이 원산지와 가격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편리까지 더해졌다.

북신동 주민 김지수씨는 “추석음식에 필요한 재료 몇가지 미리 사놓으려고 시장에 왔다. 전통시장에도 마트처럼 가격, 원산지를 표시해놓으니까 좋다. 주인이 바빠도 가격이랑 원산지 보고 물건 구매결정을 할 수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한 것 같다”고 평했다.

통영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세 곳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경기가 너무 어렵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시민들은 경제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이렇게 말한다.

“잘 먹고 잘사는 통영이 곧 오지 않겠나,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티면 된다. 그러다 보면 해뜰날이 올끼야”

“지금까지 고생한 거 말도 못한다”

-서호시장 종문수산 이외남 대표

“사진 예쁘게 나오나? 못난 얼굴 그래도 잘 한 번 찍어봐라”

서호시장에서 종문수산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장사 한지도 어느덧 13년.

이제는 내 집도 있고 내 가게도 있는 그녀지만, 그간 숱한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남편을 만났고, 아들 셋, 딸 하나 총 네 명의 자식을 낳고 키웠다.

4만원하던 달셋방 생활만 15년을 했고, 건어물을 떼다가 팔고, 다라이 장사를 하는 등 안해 본 일 없는 그녀다.

이제는 자식 넷 모두 출가 시켰고 생멸치 손질해 파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이외남 대표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으면 이제 별 대수롭지 않은 일들에는 그냥 웃어넘긴다. 달셋방 생활을 15년 정도하다가 내 집이 생겼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을 못한다. 그날 참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그래도 곧 추석이라고 사람들이 시장을 많이 찾는다. 나는 멸치팔고 조기팔고 해서 매상이 조금은 괜찮은데 다른 집들은 어떤지 모르겠따. 올 추석에도 자식 손주들 볼 생각에 즐겁게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는 소원도 바람도 없다. 그냥 우리 자식들 건강하고 하는 일 다 잘됐으면 좋겠다. 특히 지역경기가 좀 좋아져서 다들 근심걱정 없는 하루하루 보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곧 오지 않겠나?”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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