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별신굿 37년만의 복원…26일 장장 12시간 시연

 

4백년 전통의 무가(巫歌) 사설풀이로 굳은 멸시와 천대를 몸으로 받아내며 하늘과 잇닿아 있던 선대의 넋을 부른다. 저승이라는 그곳에서도 굿판을 벌이고 있을 그리운 이름들이 숨소리 소리마다 울려 퍼지는 시간. 무녀도 울고 산이도 울고 구경꾼도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통영 오귀새남굿.

죽음, 그 앞에서는 어떤 이성도 한없이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예정되었던 죽음일지라도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이란 살아있는 사람들에겐 때론 가혹하기도 하다. 어찌 살아있는 사람만 감정이 있을까. 죽은 사람 또한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그리하여 저승을 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그 중간쯤 어딘가를 헤매는 망자를 그가 있어야 할 곳, 인간적으로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마음, 이른바 오귀새남굿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정영만)가 37년 전 통영 오귀새남굿을 복원, 26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이순신공원 남해안별신굿예능전수관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1982년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현 남해안별신굿 정영만 보유자의 고증으로 복원, 관계학자 및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공개 시연한다.

오구굿 찬스로 극락으로 갈 수 있는 바리공주무가를 부르는 방안오구, 가장 통영적이고 씻김의 중요 굿거리인 영둑굿, 원한을 푸는 고풀이,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정토로 향하는 용선놀음 등 통영 오귀새남굿의 전 과정이 12시간 동안 진행된다.

통영, 거제 등 남해안 지역의 별신굿과 오귀새남굿은 집안 대대로 무업을 하는 세습무들이 담당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도 통영에는 정씨, 박씨, 김씨, 노씨 등 4~5개의 활발한 세습무 집안들이 무업을 했다.

그러나 198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당시에는 마지막 세습무 4~5명 정도만이 남게 될 정도로 전승 단절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현재 유일한 세습무 집안인 정씨 무계에서 힘겹게 전통 세습무 굿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의 취고수청의 악사들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음악인으로 충원됐다. 그 음악인은 다름 아닌 이들 세습무 악사였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지역의 굿에서는 피리, 젓대(대금), 해금 등의 삼현육각 음악을 사용하는 등 수준 높은 예술성을 자랑한다는 것이 무속학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번 복원 시연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응모한 '2019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지원으로 실시된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