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 장편 데뷔작 '죽엄의 상자' 연쇄활동변사극 공연
음원 소실된 '죽엄의 상자' 대사 독순술 활용 복원 낭독공연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종원)과 상남영화제작소(대표 김재한)는 '도큐멘타 경남I - 기록을 기억하다' 전시와 연계, 오는 27일 도립미술관 야외 잔디광장에서 야외 공연을 개최한다.

공연은 현재 '도큐멘타 경남I - 기록을 기억하다' 전시에 상고 중인 '죽엄의 상자'의 소실된 음원을 재창작 형식으로 복원, 변사와 배우가 실시간으로 낭독 및 공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1950년대, '아시아의 작은 할리우드'라 불렸던 창원의 상남영화제작소는 미공보원(USIS)의 영화제작부서로 한국영화의 중심지였다. 영화 '죽엄의 상자(주검의 상자)'는 이곳에서 제작한 첫 장편영화이며 한국영화사의 거장 故김기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마산에서 촬영된 '죽엄의 상자'는 대한민국 최초의 동시녹음 영화이자 故김기영 감독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집결된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녹음본이 소실돼 현재까지 무성으로 남아있다.

이를 안타까워 한 김재한 감독은 '상남영화제작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영화제작사를 만들고,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죽엄의 상자' 소리 복원에 나섰다. 본래의 형태를 되찾고자 독순술을 활용해 대사 복원 작업을 진행했고, 배우들을 섭외해 더빙하기에 이른다. 상남영화제작소는 그 외 일상생활소음, 닭소리, 발자국 소리, 문소리 등 영화화면에 등장하는 소리를 재창작해 무성화 된 영화를 유성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공연은 이렇게 재창작 수준에서 복원된 음원을 바탕으로 변사와 배우 그리고 악단 연주가 함께 하는 융복합 형식으로 펼쳐진다. 그 결과 배우의 공연과 영화가 섞여 상연된 과거 연쇄극 느낌이 풍기는 '연쇄활동변사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을 만들게 됐다. 

지난 9월 개막한 '도큐멘타 경남I - 기록을 기억하다' 전시에는 영화의 일부분이지만 소리와 대사를 새롭게 구성한 '죽엄의 상자'가 상영 중에 있다. 공연 전에 도립미술관 3층에 전시 중인 '죽엄의 상자'를 미리 보고 본 공연을 관람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김기영 감독의 '죽엄의 상자' 음원을 새롭게 만들어 일반 관람객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행사이다. 더불어 이러한 행사를 미술관이 함께 준비함으로써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융복합적 지역 예술사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또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앞으로도 미술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경남의 근대 지역예술사를 다양한 장르의 연구자 및 예술인들과 같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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