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독존 괴팍한 천재시인, 우리말 우리문화 지킴이, 올곧은 스승의 상징…. 

통영의 또 다른 이름 초정 김상옥. 지난달 31일은 초정 김상옥(1920-2004) 시인의 15주기였다.

민간문화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회장 박우권)는 이날 오전 11시 봉선화의 시인 초정 김상옥 시비가 있는 남망산 초정 시비 동산에서 추모제를 봉행했다.

최정규 한산대첩재단 상임이사, 김혜숙 시인, 초정기념사업회 김보한 시인,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과 이사, 통영시문화예술과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헌다와 헌시 낭송이 이어졌다.

詩, 書, 畵(시서화)의 대가 초정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는 초정 선생의 시 '백자부'를 김혜숙 시인의 여는 시를 시작으로 정창엽 이사의 약력보고, 묵념, 추모사, 초정 시 윤독,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통영에서 태어난 초정 김상옥은 일제강점기 통영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시·서·화에 모두 뛰어나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로 불렸다.

교과서에 실린 시조 봉선화, 백자부, 옥저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림, 서예, 전각, 도자기, 공예까지 두루 재능을 가져 수많은 육필원고와 유품을 남겼다.

그는 세 번씩이나 옥고를 치르며 일제에 맞섰던 민족주의자이자, 20여 년간 만년 강사로 교단에서 어린 꿈나무들에게 인생과 문학을 가르친 자상한 스승이었다.

문단 일각에서는 초정을 유아독존에다 괴팍한 천재시인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 오히려 표구점 겸 고미술품점인 아자방을 열어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 문화를 지키기에 앞장섰다.

또 5.16 쿠테타 후 유일하게 재건복을 입지 않은 교사로서 올곧음을 실천했다.

이호우와 함께 1950년대의 한국 현대시조계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전통시조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해 시조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된다.

미당은 초정을 가리켜 '귀신이 곡할 정도로 시조를 잘 쓰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노산문학상과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또 청마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 대여 김춘수 등과 함께 광복 후 통영문화협회를 결성, 통영 근대 문화 1세대로서 통영문화예술의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현재 항남 1번가 오행당 골목이 초정 김상옥 거리로 지정돼 있으며, 남망산 공원에 육필 붓글씨로 새긴 그의 시 봉선화와 백자 그림, 시력이 새겨진 시비도 서 있다.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은 "초정 선생의 추모제는 이 시비가 놓여진 2006년부터 시작, 2009년부터 통영예술의향기가 봉행한 지도 올해로 10년째이다. 내년은 선생 탄신 100주년이다. 이 추모제를 내년에는 선생의 문학관에서 봉행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