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타계 24주기 윤이상콩쿠르 피아노 선율로 가득…1위 임윤찬
11월 3일 통영예술의향기 추모제, 음악당 메인홀 윤이상홀 개칭 주장
2일 윤이상기념공원 윤이상의 날…통영초 창작뮤지컬 '이상의 꿈' 호평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인, 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서 평생 작품을 써 왔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다.…나는 조국이라 하면 내 고국의 흙을 떠올린다. 고향에 가게 되면, 그 때가 되면 나는 고향 흙에 입을 대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윤이상 선생 베를린에서 생전 육성 中)

통영을 떠난 지 49년, 사후 23년만인 지난해 영원히 귀향한 윤이상(1917-1995). 초목을 스치는 바람도 음악으로 들렸던 고향 앞바다에서의 낚시를 꿈꾸던 그의 염원처럼 통영국제음악당 양지바른 공원에 영면했다.

1995년 11월 3일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이 서거한 그날을 기리기 위해 2019 고향의 가을은 피아노 선율로 가득했다.

19개국 154명이 지원, 예심을 통과한 27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열띤 경쟁을 펼친 결과,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김대진이 지휘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의 결선 무대 이후 심사위원들은 1위 임윤찬, 2위 박경선(한국), 3위 김강태(한국)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또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특별상과 유망한 한국인 연주자에게 수여되는 박성용 영재 특별상 역시 임윤찬이 차지,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윤이상의 Interudium A를 가장 탁월하게 해석한 참가자에게 수여하는 윤이상 특별상은 예수아(한국)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들은 지난 3일 오후 3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입상자콘서트 무대에 올라 콩쿠르 본선, 결선 연주곡을 선보였다.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미셸 베로프 심사위원장은 "입상자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가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음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매년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순으로 열리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국내 최초로 가입 이후 지난 2014년 콩쿠르연맹 총회를 통영에서 개최하는 등 세계적 위상의 콩쿠르로 성장해 왔다.

내년 2020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려 세계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열띤 경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우리의 꿈은 언제나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 주고 있소. 그것은 명예도 아니오. 직위도 아니오. 오직 인간이 흙속에 나서 흙속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 그리고 당신은 나의 마음의 벗일 뿐이 아니라 당신의 뼈도 나의 뼈와 같은 자리에 묻힌다는 것, 우리의 컸던 이상과 우주만치 넓었던 사랑을 묻기엔 4방 1미터의 흙이면 족할 것이오. 당신이 나와 같이 아직도 수십 년이 남은 흙속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가기엔 당신 스스로가 나의 보조에 맞추기에 지금부터 닦기를 바라오"

1958년 11월 17일 윤이상 선생이 독일 유학시절 한국에 있는 부인 이수자 여사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은 마치 60년 후의 통영의 봄을 예측한 것처럼, 우주만큼 넓었던 사랑을 사방 1미터의 무덤을 소망했다.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에서 "고향에 돌아간다면 나는 언제나 음악을 듣고 있을 것"이라는 바람처럼 바다가 훤히 보이고 그 속삼임을 들으며, 언제나 음악이 있는 음악당을 귓전에 두는 그 곳으로 귀환했다.

민간문화서포터스 통영예술의향기(회장 박우권)는 통영국제음악제서포터스 황금파도(회장 김용은), 통영음악협회(회장 이용민)와 함께 11월 3일 오전 11시 윤이상 묘소에서 제24주기 추모제를 봉행했다.

통영음악협회 김선경 부지부장의 헌다에 이어 묵념, 그리고 황금파도 김용은 회장의 윤이상 선생의 약력보고, 통영예술의향기 박우권 회장의 추모사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참가자 모두가 윤이상의 어록을 낭송하고 헌화했으며, 동원중 조희태·통영초교 조무경 형제가 함께 시낭송 재능기부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박우권 회장은 동백림사건에서 풀려난 윤이상 선생이 초정 선생의 서울 자택에서 며칠 요양 후 독일로 떠난 그때, 일화를 먼저 떠올렸다.

초정 선생이 백자 항아리에 정원의 흙을 담아 주며 "고국의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고국의 흙을 담았으니 고국이 생각날 때 보세요" 이는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로 가면서 조국 폴란드의 흙을 담아 간 것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다. 그 항아리는 윤이상 선생의 서재에서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박 회장은 "윤이상 선생에게 있어 고향은 목숨과 같은 것. 그 한목숨이 끝나는 것에서 우리 통영은, 선생의 고향은 가장 값진 유산을 받았다. 선생님을 고향에 모시고 두 번째 추모제를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윤이상의 위대한 정신과 희생, 고향사랑으로 얻어진 이 음악당 어디에도 선생님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전 세계 유수의 음악당 패러다임에 따라 이 통영국제음악당 메인홀을 윤이상 홀로 개칭하는 것에 의견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 2일에는 도천지구 소규모 재생사업 도천지구 소규모 재생사업 '♬안단테 윤이상 음악여행길♬' 윤이상의 날 음악축제 및 노래하는 음악마켓이 개최됐다.

윤이상 기념공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발굴된 동아리 및 음악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들의 결실을 발표하는 자리와 함께 노래하는 음악마켓 15팀, 통영시 사회적경제조직 13개팀이 참여한 프리마켓이 열렸다.

1부에서는 도천지구 소규모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음악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인 도천지구 주민노래교실, 장년층 기타 교실, 청소년·성인 콜라보 어쿠스틱 밴드의 무대로 이루어졌다.

2부는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통영 관내 동아리로 통영메구, 도천동 우쿨하는 친구들, 통영초등학교 통나Mu의 무대가 이어졌으며, 3부는 다양한 장르의 축하 공연 무대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인 불협화음이 그 피날레를 장식했다.

특히 윤이상 선생님이 작곡한 교가를 공연한 도천동 우쿨하는 친구들과 윤이상 선생님의 일생을 주제로 한 통영초등학교 통나Mu의 창작 뮤지컬은 윤이상 선생의 기일을 기념함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뜻 깊은 시간을 선사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