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별세, 향년 73세…남편 김지하 시인
어머니 이름 딴 국내 첫 세계문학상 제정 운영
박경리의 문학적 유산과 예술인 지원 활동 전념

▲ 2004년 50여 년 만에 고향 통영을 방문한 박경리 선생과 딸 김영주 관장. 도남동 충무관광호텔 잔디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담소를 나누던 모습.

한국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2년 반 전 진단받은 암 증세가 악화된 탓이다. 향년 73세.

박경리 선생이 애지중지하던 고명딸은 2008년 어머니가 타계한 이후 강원 원주시에 머물며 선생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뒤 2011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을 제정했다.

하지만 지병이 악화, 지난 5월 5일 통영 묘소에서 개최된 박경리 추모제와 지난달 26일 원주에서 열린 제9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고인은 외모도, 인생 항로도 어머니를 닮았다. 지난 2018년 통영 추모제에서 "사람들이 제가 점점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씀 자주 하신다. 거울을 보고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자리에 서니까 눈물이 흐른다. 꼭 슬픈 마음은 아닌데 그냥 눈물이 나온다. 아마도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머니의 모습들이 정착돼가는 것들이 저의 눈물을 흘리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10년간 토지문화관 살림을 두루두루 챙겼다. 어머니가 하던 것처럼 토지문화관에 입실한 예술가들에게 손수 지은 농작물로 식사를 대접했다. 문화관은 장편소설 '토지'를 기념하는 건물이자 작가들의 무료 창작 공간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창작혼을 불태운다. 박 선생이 말년에 시집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특히 해외에 어머니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토지' 번역 및 출판 작업 등을 일일이 챙겼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박 선생 동상이 세워졌다. 한국학과에 선생의 이름을 딴 강좌도 개설됐다. 제막식 당시 "어머니가 마지막을 보낸 원주와 고향 경남 통영,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에 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문화 벨트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박경리문학제의 외연 확장과 지역 예술인 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이었다. 최근 원주의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지정도 김 이사장이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김지하 시인과 원보 세희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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