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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주 전 통영시장의 재직 중에 있었던 이야기⑧ - 대형 쓰레기장 마련

도시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난제(難題)이나 장기적인 해법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매년 단기 해결책만 겨우 찾으면서 전전긍긍하는 것이 쓰레기 대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통영도 예외일 수가 없었다.

3년째 쓰레기를 야적했던 외곽 마을인 평림동에서, 쓰레기 반입을 거절하는 소동이 벌어지게 되었다. 쓰레기 악취에 찌들고, 여름이면 파리와 모기에 시달리면서 참을 만큼 참다가, 관리 인부들이 파리약 대신 농약을 사용한 사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드디어 울화통을 터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어린이들까지 대동하여 마을 어귀를 막아서서 난동을 부렸다. 그래서 쓰레기 수거차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 대신 시내에서는 쓰레기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대표자를 선정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해도 막무가내였다. 시내 골목마다 거리마다 쓰레기는 날로 불어가고, 쌓이는 쓰레기만큼 시민들의 불평도 부풀었던 사면초가의 나날이었다.

강압적으로라도 쓰레기의 길을 터야 하는, 막다른 입장에 이르렀다.

경찰의 협조로 작전계획을 완료하던 날 저녁, 퇴근하는 발길이 무거웠다. 실력행사와 공권력
투쟁과 저지(沮止)라는 달갑지 않은 마찰의 불꽃과 그 후유증을 상상해보았다. 그때 나는 부시장 때였으나, 그런 복잡한 상황이 퇴근길을 막았다. 그래서 그들과 터놓고 정을 비비기 위하여 혼자 문제의 마을에 들렸다.

마을 유지들을 불러 모아 밤이 깊도록, 얼어붙은 마음에 모닥불을 지폈다. 그런데도 설득은 되지 않고 '지금까지 시청에서 약속한 것을 단 한번이라도 시원스럽게 해결해 본 적이 있느냐'는 항의를 한 몸에 받으면서 끝까지 인내하며 설득했다. 가장 선동적이던 청년 한 사람이 일어서서 드디어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시청의 입장도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부시장께서 우리 통영 출신이니까 우리가 한 번 믿어봅시다!"

그들의 불만은 쉬 가라앉지 않았지만 강도는 처음보다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어 "어디 한 번 믿어보세요" 라고 힘주어 다짐을 해보였다.

그리하여 그 날 이후 막혔던 길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순조롭게 다시 열렸던 것이다. 어렵게 무너뜨린 불신의 벽이 있던 자리에 신뢰의 벽을 쌓기 위하여 나는 자주 평림 마을을 드나들었다. 그들의 요구 사항도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성의를 보이자, 붉혔던 얼굴들은 더러 풀렸고, 밝게 웃어 주기도 했다.

그런 불신의 벽이 행정의 주변에 왜 그렇게 많이 생겼을까. 법대로 집행하면 그만이라는 무사안일이나 고정관념의 부작용이 아닐까. 합법성과 합리성이 공존하는 정(情)의 고리가 행정의 혈관이 된다면 불신 풍조는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더러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정(情)으로 보살펴도 얼었던 가슴들이  녹아내리는 순박한 서민들이다.

1년 후, 약속대로 매립된 쓰레기 위에 부토를 하고 운동장을 만들었다. 축구장 두 개 중 하나는 잔디구장을 만들어 주변을 다듬고 동계전지훈련장으로 활용토록 했다. 쓰레기장도 사후관리를 잘만 하면 발전적일 수도 있다는 모범을 보인 셈이다.

문제의 쓰레기장을 마무리하기 전에 새 쓰레기장을 물색하던 중, 머리에 영감이 스쳤다. 그것이 바로 '답포'라는 마을이었다.

6세대만 거주하는 '답포' 마을은, 시가지 가시권에 노출되지 않는 협곡이며, 농경지 작황도 좋지 않아 쓰레기 매립장으로 활용해도 될 만한 곳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이주(移住)를 해야 하는 마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불평을 쏟아 놓았고, 심지어 세대 당 1억 원씩의 소득지원 사업을 보조해 달라는 억지스러운 조건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한 주민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모두를 감당키 어려워, 수십 차례 간담회를 개최하여 이견(意見)을 좁혀 나갔고, 이제 필요한 용지(用地) 매수를 비롯한 모든 절차까지 마쳤다. 기존 매립장 내에 침출수 처리시설을 보완하고 음식물 처리시설, 재활용품선별장과 50톤 규모의 최첨단 소각시설까지 완비하면 앞으로 쓰레기 문제는 해결되는 셈이다. 2차 공사가 완공되면 약   100년 이상을 이용할 수 있는 쓰레기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통영의 바닷가는 대부분 수산자원 보전지역이며, 나머지는 그린벨트와 공원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 악조건인데도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쓰레기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실로 꿈같은 일이였다.

어쨌든, 답포마을 6세대의 양보와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 대형 쓰레기장은 마련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시민들은 그 당시 답포 주민들에게 고마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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