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에 110m 높이의 타워가 들어선다면, 통영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통영시에서 민간업자에게 무상으로 토지를 임대하고 그곳에 타워를 세워서 각종 놀이기구와 상업시설을 세워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다. 통영 타워뷰 사업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분개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통영타워뷰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남망산에서 바라본 통영의 미래, 타워뷰 건설에 대해 시민이 말하다." 시민이 주최하고, 시민이 토론한 자리에서 시민들은 어떤 이야기를 쏟아내었을까? 통영 시민들이 들려준 "남망산 이야기"를 '이야기'스럽게 정리해서 싣는다.

남망산은 어릴 적부터 이순신 장군께 묵념하던 추억어린 공간이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고 1953년에 시민 모금으로 세운 이순신 동상이었다. 소풍도 가고, 산책도 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통영 풍경을 감상하며 마음을 달래던 낭만의 장소였다.

사십여 년간 남망산에 있었던 산장을 상업시설이라며 철거한 적이 있다. 시민 휴식공간으로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110m나 되는 어마어마한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활터 열무정은 통영사람들이 정신 수양하는 곳이다. 그런데 집라인 타고 괴성을 지르며 내려가고, 번지점프 하는 곳으로 바뀐다면 통영의 정체성은 어떻게 돼나?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시민들은 알지도 못한다. 시민의 삶과 추억이 서린 곳을 민간기업에 넘겨줘서 관광객들 놀이터로 만든다는 건 시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올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얘기하고, 일자리 창출을 말하는데, 통영에 청년이 몇 명이나 거주하는지, 현재 경제활동 청년이 몇 명인지 구체적인 데이터도 본 적이 없다. 지역경제가 침체한 지금 그동안 들어선 상업, 위락 시설들은 뭔가?

타워뷰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어떤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말인가? 단기간, 단순 노무직인지, 꿈많은 통영 청년들이 경쟁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멋진 직장인지. 근거도 없이 뜬구름 잡는 얘기로 시민과 청년들을 희망 고문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품 도시 통영에 사는 멋진 통영 시민들이 진정 무얼 원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면 좋겠다.

남망산에 타워뷰가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미륵산에 올라가 곳곳을 둘러보았다. 머릿속으로 높은 언덕마다 높은 탑을 세워보았더니, 한결같이 '이건 아니올시다'였다. 한 마디로 이건 개발주의 시대의 발상이다. 관광객들이 과연 무엇 때문에 통영에 오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세우기보다는 통영의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 적절히 가꾸어 나가는 게 훨씬 더 경쟁력 있다.

남망산은 작은 언덕이다.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아름다움과 운치가 있다. 여기에 대규모 타워를 세운다는 생각 자체가 망발이다. 두룡포를 모태로 한 통영에서 남망산은 용의 앞발에 해당한다. 여기에 쇠말뚝을 박겠다는 말인가?

저자 주. 이야기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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