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뷰 건설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망산에 이순신 동상이 들어선 지 이미 60년이 지났다. 남망산의 역사성은 이미 끝났다. 이순신 공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남망산도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예전에 강구안이 매립될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매립해서 배가 들어와야 중앙시장이 살아날 수 있었으니까. 지역경제와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세는 반대와 대안 제시였다.

국보 305호인 세병관과 통제영은 통영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건축물이다. 그 앞에 110m 타워를 지으면 세병관과 통제영은 어찌 되나?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국보 1호 남대문도 있지 않냐고 말하겠지만, 이거야말로 통영의 정체성을 모르는 이야기다. 고층 빌딩이 들어설수록 통영의 경쟁력은 사라진다.

이탈리아 나폴리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수백억을 투자해서 건물들을 지었지만, 가보라!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한 마디로 망했다. 역사성과 맥락에 맞지 않는 변화를 끌어대면 오히려 슬럼화를 부추길 뿐이다. 남망산과 타워뷰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오래전부터 통영을 즐겨 찾으며 누구보다 통영을 사랑하는 이들이 하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통영이 맛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통영에 빌딩 보러오는 줄 아느냐? 진짜 명품은 통영 바다와 섬, 스카이라인 그 자체다. 통영 사람들 정신 좀 차리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왜 귀담아듣지 않는지 모르겠다.

특히 구도심 재개발은 조심스럽게, 면밀하게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 멋진 건물 몇 개 지으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타워를 짓겠다면 차라리 도산면 수월리 같은 곳에 지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관광객들이 드라이브도 할 수 있고, 멋진 바다 풍광도 즐길 수 있도록. 부탁하는데 제발 소득 5만 불 시대에 1만 불 시대에나 먹히던 아이디어를 내지 마라.

말뫼의 기적을 많이 얘기하는데, 핵심은 주민들의 숙의 과정이었다. 어떤 시설을 어떻게 재활용했느냐가 핵심이 아니었다. 전문가를 동원해 멋지게 디자인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뻥튀기해서, 어느 기업체에서 뚝딱 건물 세워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시에서도 견학을 다녀온 걸로 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의 논의 과정이 없느냐?

이번 기회에 통영도 말뫼 같은 숙의 과정을 만들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타워뷰는 업자의 계획일 뿐이다. 남망산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시민들이 창조적으로 토론해보자.

그동안 난개발사업이 벌어질 때마다 몇몇 단체가 나서서 대책모임을 꾸렸다. 다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너무 소모적이다. 이제는 더욱 체계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영이 어디로 갈지 장기적으로 토론하는 시민모임이 있어야 한다. 수시로 전문가와 공무원도 부르고. 시민들의 집담회도 있어야 한다.

정말 우리가 꿈꾸는 통영은 어떤 모습인지, 소수의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들에게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시민들이 같이 고민하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관과 협력하여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저자 주.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나누는 삶의 기술입니다. 시민토론회에서 시민들이 쏟아낸 이야기를 '이야기'로 다듬어서 3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더 많은 시민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사진은 추태홍 씨의 펜화입니다. 추태홍 씨는 강구안에서 이중섭식당을 운영하며, 통영의 진솔한 모습을 펜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