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30일 1박2일 지동궤 없는 말미굿 예술성 으뜸
10년마다 열리는 마을 공동체 문화이자 통영굿의 원형

 
 
 

새해 소망하는 바를 무녀의 부채에 빌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주 반가운 굿판이 있다.

통영 삼현육각의 연주에 따라 수준 높은 사설과 춤이 어우러진 3백년 전통의 사량도 능량마을별신굿이 오는 29∼30일 1박2일간 열린다.

통영 현존 마지막 동제 중의 하나인 사량동 능량마을 굿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정영만)와 통영 사량면 양지리 능양마을 주민이 모두 동참, 바다를 생계 수단으로 살아온 마을 주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이다.

특히 사량도 능량마을은 마을별신굿이 1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능량마을별신굿은 3박4일 또는 일주일 동안 별신굿을 했었던 다른 마을과는 달리 1박2일로 간소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며, 현재까지 1박2일로 연행되고 있다.

통영, 거제 지역 별신굿을 하는 마을에는 '지동궤'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마을의 대소사를 기록하여 보관해놓은 궤짝이다.

지동궤는 곧 그 마을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조상들의 기록물로 마을사람들은 이 지동궤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보관한다.

그래서 통영, 거제지역 별신굿 재차에는 지동굿을 중요하게 여기고 연행한다. 그런데 간혹 지동궤가 없는 마을이 있는데 바로 사량도 능량마을이다.

지동궤가 없다하여 별신굿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며 큰굿 중의 하나인 '말미굿'을 크게 한다. 다른 의미에서 능량마을별신굿은 지동궤가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의 재차 구성 차이점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우리 민족 고유의 전승신앙인 동제인 당산굿의 일종으로 부락 공동체의 화합과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 신앙의 재조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월 초닷새인 오는 29일 밤 12시 신에게 굿을 예고하는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으로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대풀이가 새벽 3시까지 이어진다.

이어 30일 오전 7시30분 골메기굿을 시작으로 부정굿, 큰굿인 손말미, 고금역대, 환생탄일, 황천문답, 축문, 환생탄일, 군웅굿, 시석 등으로 진행하는 어촌굿판의 원형이 펼쳐진다.

별신굿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마을 수호신인 서낭신, 마을입구를 지키는 장승, 손님(마마신), 제석 등 신령과 원령, 잡귀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러서 제물을 진설하여 오신(娛神)을 베풀어서 마을 최대 축제의 장으로 승화한다.

특히 능량마을 굿판에서는 환갑잔치처럼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을 위한 큰상을 따로 차리고 술잔을 부어 조상과 웃어른들을 대접하는 '좌우밥상' 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접목돼 있다.

고상밥에다 떡을 얹은 숟가락이 꼿꼿이 서 있는 자태하며, 집마다의 큰 고기(생선)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밥상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하나의 잔치상이 되는 것이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 정영만 회장은 "10년 만에 열리는 능량마을별신굿은 삶의 터전에서 바로 펼치는 통영 어촌마을 별신굿의 한 원형이다. 공동체 문화인 별신굿이 사라져가는 지금 능량마을별신굿은 전통문화 발전과 계승에 매우 큰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지역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문화"라고 평했다.

이번 굿은 모두 공개행사로 진행되며, 30일 점심은 마을에서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여객선은 통영 미수항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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