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서 행복한 집시공방 조현호 대표를 만나다
통영토박이 30대 청년…“꿈을 꾸고, 실현하는 과정 행복해”

통영에서 나고 자란 통영토박이 집시공방 조현호(31) 대표.

따로 정해진 공간을 정해두지 않고 그야말로 자유롭게, 체험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조금은 색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 조현호 대표다.

그는 “운영 초기에는 안정적으로 체험 할 장소가 필요해서 친한 동생이 운영하는 카페의 한 공간을 빌려 신청을 받을 때마다 가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호 대표는 그가 나고 자란 통영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장·단기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그 당시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통영에는 할 게 너무 없다”라는 말이었다.

조 대표는 “또래 친구 중에 아기 엄마가 많다. 낮에 집 앞 산책하는 것 말고는 할 만한 것이 없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 또 통영이 여행지로서 유독 부족한 것이 다양한 체험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학생 때 몇 년간 그림을 그렸다. 내가 잘할 수 있고, 통영에서 흔하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목판화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집시공방의 탄생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럼, 왜 ‘집시공방’일까요? 물음에 그는 “처음에는 나그네공방이라고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그네공방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나그네와 비슷한 소수 유랑민족을 뜻하는 집시로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꿈을 꾸기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편한 삶을 사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래서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얽매이는 것 없이 자유롭게 가고 싶은 길을 가는 나그네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집시공방에 왔을 때 만큼은 짐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졌으면 한다”고 운영방침을 밝혔다.

집시공방은 현재 목판화와 지우개판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목판화는 초등학생 때 경험했던 고무판화를 나무에 그림을 그린 뒤 조각칼로 파내고 찍어서 액자로 가져갈 수 있다. 지우개판화는 일종의 지우개스탬프로 자기만의 엽서를 만들어 소장하거나 누군가에게 엽서를 써서 선물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닷가의 유리를 주워 만든 씨글래스 목걸이를 만드는 체험도 개설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 판화를 해보니 실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선이 빗겨가거나, 색이 잘 찍히지 않아도, 삐뚤빼뚤해도 멋진 작품이 된다. 그것이 판화의 매력이다.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는 사회 속에서 그림이 이상하게 될까 걱정부터 하는 분들이 많다. 오시는 분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실패와 성공의 걱정이나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만 몰랐던 숨어있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경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통영의 모습을 판화로 하나씩 그려나가고자 한다는 조현호 대표. 그는 액자 구매금액 20%를 적립해 청년들에게 힘을 보태는 ‘프로젝트통영-움직이는청년’도 동시 진행한다.

지난해 개소한 통영청년세움, 그리고 통영의 청년정책에 대한 소신도 밝힌 조현호 대표다.

그는 “하향식으로 청년정책과 사업들이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들은 새로운 모임과 만남의 장을 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꿈이 있고, 함께할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현호 대표.

그는 “통영의 청년들이 처음부터 답을 정하지 않고 도전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면 한다. 그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우리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실현돼 나가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품고,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