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특집 기획-통영의 근대역사문화공간①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공모사업 최종 선정
1만4천473㎡ 근대역사문화공간 국가등록문화재 제777호 
조선시대 성 밖 거리, 대한제국∼해방이후 도시경관과 건축
김상옥 생가, 통영목재, 석정여인숙 9건 개별 문화재 등록
5년간 최대 500억 규모, 문화재 재생…지역경제 활성화
김미옥 시의원 조례제정 보존 앞장, 정점식 국회의원 열의
통영시와 의회, 국회의원 다함께 합심…지역열망 청사진

사향(思鄕)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한국시조학의 아버지 초정 김상옥(1920-2004) 시인의 시 사향(思鄕)이다.

통영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초정은 가고 없지만 그의 예술혼은 봉선화, 백자부 등 수많은 시와 시조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통영시 항남동 64번지. 초정 김상옥 시인이 살았던 이곳은 동진여인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문은 굳게 잠긴 상태다. 그 바로 근처가 경남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늘샘 탁상수 시인의 집이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항남1번가. 청마와 윤이상, 김춘수 등 통영문화협회 회원들이 드나들었고, 1919년에는 지식인은 물론 기생과 학생들이 모여 독립만세를 목 터지게 외치고 다녔던 역사적 골목이다. 

이제 초정 선생의 생가를 비롯 통영 명소인 동피랑과 서피랑이 보이는 항남동과 중앙동 일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국가 문화재로 새롭게 태어난다.

지난 9일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문화재청 공모사업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문화재청이 초정 생가를 비롯 근대 건물 9개를 포함한 통영시 중앙동, 항남동 일대 1만4천473㎡(149필지 4천378평) 영역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을 국가등록문화재 제777호로 지정했다.

19세기말부터 20세게 초중반까지 조성된 근대거리와 상가, 주택 등의 건축문화유산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조선시대 성 밖 거리의 흔적들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제국기부터 꾸준하게 조성된 매립지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번화했던 구시가지의 근대 도시 경관 및 건축 유산이 집중적으로 보존, 보존·활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과는 별개로 '통영 옛 통영목재', '통영 김상옥 생가' 등 9건은 근대도시 경관과 주거 건축사, 생활사, 산업사 등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개별등록문화재(국가등록문화재 제777-1~9호)로 등록했다.

초정 생가는 국가등록문화재 제777-8호, 옛 통영목재는 제777-9호다. 시내 중앙동의 근대주택과 근대상가주택 4곳과 옛 석정여인숙, 옛 대흥여관 등도 모두 국가문화재로 개별 등록됐다. 

거리, 마을 등 근대역사유산이 집중된 권역 전체를 보존대상으로 고시하는 면(面)·선(線) 단위의 등록문화재 제도는 2018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 경북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를 등록하며 처음 시행했다.

2019년에는 '영덕 영해장터거리 근대역사문화공간',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선정한 바 있다.

이번에 선정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사업'은 '근대역사문화자원에 기반한 지역재생 활성화 모델 창출'을 목표로 5년간 총사업비 최대 5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사업내용은 근대건축유산 매입·리모델링, 교육·전시·체험 공간 조성 및 콘텐츠 개발 등이다.

통영시는 지난해 3월 공모 신청, 서면심사 및 현장실사, 종합평가, 문화재 등록 현장조사,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1여 년간의 공모과정을 거쳐 지난 9일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이 국가등록문화재로 고시됨으로써 최종 선정됐다.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영시의회(의장 강혜원) 기획총무위원회(위원장 김미옥)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 집행부서와 의회가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김미옥 시의원은 일제강점기를 비롯 근대역사문화보존을 위한 조례제정에 앞장서고 근대문화유산과 항일운동 발굴과 보존에 깊은 관심으로 이 사업의 모태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더해 정점식 국회의원의 노력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정 의원은 문화재청 현장평가에도 직접 참석, 심사위원들에게 통영 선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6월에는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통영시민의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직접 전달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정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고, 문화재청은 국가등록문화재 지정보고에 이어 2021년부터 문화재 보수정비, 역사 경관 회복 등을 위한 재생활성화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통영시는 2020년부터 기초학술조사연구를 비롯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구체적인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 계획 등의 내용이 담긴다. 종합정비계획이 수립되면 단계적·연차적으로 진행될 세부사업내용과 구체적인 지원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이번 사업으로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새로운 형태의 역사교육 및 관광자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민과 청년층, 예술가 등을 중심으로 한 통영만의 특화된 명품 공간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정점식 국회의원 역시 "통영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을 통해 침체된 구도심지가 역사교육과 문화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통영지역의 경제 활성화 및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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