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바다에 갇혀
 서서히 삭아 허물어져 가는 목질(木質)은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가없는 이 수면(水面)처럼 단호한 허무를
 두 눈을 뜨고 응시하면서 까뮈는 말했다.
 "물 위에 우리들의 사원을 지으리라."

 생의 터가 물임을 자각하면서도
 하루하루의 벽돌을 쌓아
 성스러운 인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실존이라는 것이
 이렇게 허망하면서도 뜨겁다.

 하여,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중도 시인은 1970년 통영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계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통영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 시와 함께 하는 생활을 즐기고 있다.
현재 윤이상기념관에서 근무하는 특이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통영이라는 지리적 공간이나 시간적 공간에서 얻은 여러 이미지를 사진과 함께 개성적인 시세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중도 시인의 풍경 속으로'는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연재된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